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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관련 에피소드

마래바 2006. 3. 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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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재일한국인 3세로 굴지의 인터넷 기업가로 잘 알려진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 대표) 는 현재 일본인이다. 정식 일본 발음은 "손 마사요시(ソン マサヨシ)", 한자인 "孫正義"는 그냥 그대로 사용하지만 말이다.

우리 언론에서는 잘 다루지 않고 언급하지 않는게 현실이지만, 그가 일본인 국적이라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손정의(孫正義, 손 마사요시)

재일한국인 사회에서도 손정의 씨의 성공과 신화는 늘 화제거리다. 부러움과 놀라움이 가득한 눈으로 말이다. 야후재팬으로 일단의 성공을 거둔 그가 한국의 ADSL 성공 신화를 그대로 일본에 적용하여 "ADSL 브로드밴드"를 성공시켜, 이제는 일본 내에 안정적인 성공을 거둔 IT 기업인으로 자리 잡았다. (사실 우리나라에 ADSL 도입을 강력하게 권유했던 인물이 손정의 씨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으나 일본은 받아들이질 않았고 한국은 그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 남들보다 먼저 브로드밴드를 실현하게 된 것)

거기다 프로야구단 인수, 한류의 분위기를 활용한 인터넷 컨텐츠 개발, 한국의 온라인 게임 도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벌이며 사세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최근 후발 인터넷 업체라 할 수 있는 "라이브도어"가 분식회계, 주가 조작의 멍에를 쓰고 몰락해 가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일본에서 체류하다 보니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들린다.

물론 일본인들도 그가 재일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일본 문화의 특징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일본인으로 귀화를 하게되면 피부로 심하게 느낄 정도의 차별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일본인 내에서 나름대로의 자기들끼리의 인간적인 차별 정도야 존재하겠지만 말이다. (그거야 한국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출신 성분에 따라 차별은 엄연히 존재하기는 마찬가지지.)


처음 일본에 와서 손정의 씨 관련 뉴스나 기사를 보면서 놀란 것이 손정의 씨를 "손 마사요시"로 명명하는 것이었다. 일본 국적이라면 "마사요시(マサヨシ)"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상한 점은 없겠으나, "孫" 을 발음 그대로 "손(ソン)이라고 부르는 것이 좀 어색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일본인 내에 "손"이라는 성이 없기 때문이다. 한자는 물론이거니와, 발음 자체를 "손"이라고 하는 것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되었다.


일본에서는 관청, 은행, 기업 등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는 양식에 자신의 이름을 기입할 때는 반드시 한자 성명과 후리카나(フリカナ)라는 것을 함께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이 후리카나는 일종의 발음을 나타내는 말로 일본인 이름을 한자만 적는 경우 정확히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에 함께 적도록 하고 있다. 단순히 한자를 잘 몰라서 발음을 못한다기 보다는 하나의 한자(漢字)에도 여러가지 발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자로 적어 놓고 잘 읽지 못하는 대표적인 경우가 일본인 이름이고 그 다음이 동네 이름이나 거리 등 각 지역 명칭이다. 흔히 쓰이는 명칭은 잘 읽어내나 쉬운 한자임에도 불구 전혀 생뚱맞은 발음으로 읽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百道"라고 하는 동네가 있다. 이 지역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이걸 읽어보라고 하면 거의 100%가 제대로 읽지 못한다. 가장 근접하게 읽는 사람은 "모모미치" 정도.. 그러나 실제 불리는 발음은 "모모치(モモチ)".. -_-;;... 이런 식이다. (솔직히 어떤 규칙에 의해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예전부터 사용하던 동네 이름에 한자를 들여오면서 대충 들여다 붙인건지..)

만약 손정의 씨가 자신의 성인 "손(孫)"의 발음이 "손" 이라고 미리 말하지 않는다면 "손" 또는 "마고" 중 어느 발음으로 읽어야 하는 지 몰라 어려움을 겪는 일본인도 꽤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렇다.

손정의 씨가 미국 유학을 통해 어릴 때 사용하던 일본 이름인 "安本正義(ヤスモト マサヨシ)를 버리고 "손정의" 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사업차 일본으로 귀국 시에도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했다고 한다. 결국 여러가지 면에서 일본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그는 일본 국적을 얻기 위해 귀화했고, 이때 "손"이라는 성을 그대로 사용하고자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손(ソン)" 이라는 발음의 일본인 성이 없으니 일본식 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孫"이라는 한자는 사용하되, 예를 들어 훈독인 "마고(マゴ)" 라는 발음으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등의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인의 이름은 훈독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安本 의 경우 음독(音読み)은 "안본" 또는 "안뽄" 정도로 발음되나, 이름에서는 훈독(訓読み)인 "야스모트"를 쓰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손정의 씨는 "손" 이라는 발음 대신 훈독인 "마고" 라는 요미가타(読み方:읽는 방식) 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해 낸 것이 "일본인 중에 손 이라는 발음의 성이 없으니 안된다" 는 말에 힌트를 얻어, 자신의 부인(미국 유학 중 만나 결혼, 일본인)의 姓을 생각해 낸 것. 비록 일본인이지만 결혼후 남편의 성을 따라 "손"으로 성을 바꾼 것이다. 이것(기존 일본인-자기 부인- 중에도 "손"씨 성이 있음을 증명)을 이용하여 결국 자신의 바램대로 '孫"을 "마고(マゴ)" 대신 "손(ソン)" 이라는 발음의 성을 가지고 일본 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겪었던 재일한국인으로서의 차별을 딛고, 미국 유학을 통해 그 동안 사용해왔던 일본식 통명인 "야스모토 마사요시(安本正義)"을 버리고 이름을 "손정의(孫正義)" 로 바꾸었고, 마지막에는 한국식 성인 "손"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일본 국적을 얻었지만 마음마저 일본으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국적을 초월한 자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구축하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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