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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태어난 아기의 국적은?

마래바 2011.08.12 22:13

이 글은 "항공문화" 2011년 여름호(8호)에 실린 원고입니다.  예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다시 재 구성해 잡지에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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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31일, 네덜란드 발, 미국 보스톤 행 노스웨스트 항공 059편에는 승객 124명이 탑승했다.

하지만 이 비행기가 보스톤에 도착했을 때 탑승객은 125명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비행 도중 늘어난 승객은 다름아닌 아기였다.  비행기 안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우간다 국적의 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했지만, 예기치 못하게 아기가 일찍 세상을 보게된 것이었다.

비행기가 출발한 지 6시간 쯤 지나자, 이 우간다 여성이 승무원을 급하게 찾았다.

의사를 찾는다는 말에 승무원은 상황을 직감했다.

기내 방송을 통해 의사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해당 비행기 안에 의사가 있었고, 그 도움으로 무사히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 힘찬 울음을 터뜨리자, 기내의 모든 승객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고..

비행기 안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일단 사샤(Sasha)라는 이름이 붙혀졌으며, 6.5 파운드(2.95kg)의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그리고 축하받을 일이다.  비행기 안에 탑승한 승객 모두가 축하해 줄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태어난 아기도 드물겠으니 말이다.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태어난 아기의 국적은?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비행기를 타고 비행하다가 태어난 아기는 국적이 어딜까?

위 사례를 가정한다면, 어머니 국적을 이어받아 우간다?  아니면 아기가 태어난 시점에 항공기의 위치인 캐나다?  아니면 미국 항공사였으므로 미국?  참 애매하고도 궁금하다.

이 아기의 국적이 어떻게 정해지는 지는 국적이 어떻게 부여되는 지 원칙을 먼저 참고해야 한다.

국적은 각국마다 정해진 법률과 원칙에 의해 조금씩 다르게 정해진다.  그래서 조금씩 다른 국적 부여 원칙 때문에 국적을 놓고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적이 정해지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속지주의(屬地主義, Territorialprinzip)와 속인주의(屬人主義, Personalprinzip) 원칙을 들 수 있다.  즉, 태어난 장소에 따라 국적이 부여되는 속지주의, 태어난 장소와는 상관없이 부모 국적에 따라 국적이 정해지는 속인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모든 나라가 한가지 기준만을 적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원칙과 기준 때문에 이중 국적 혹은 무국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속인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어디서 태어나든 장소에 상관없이 부모 국적이 한국이면 태어난 2세도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태어났다 할 지라도 부모 국적이 한국이 아니면 아기에게 한국 국적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자국 영토 안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무조건 미국 국적을 부여하는 이른바,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다민족 국가이지 이민 국가인 미국으로서는 당연한 원칙일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적을 갖기 위해 일부 부유층의 미국 원정출산이라는 우스운 행태가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또한 부모가 미국인이면 그 아이들도 기본적으로 미국 국적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미국은 기본적으로 속지주의, 속인주의 둘 다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도 속인주의와 속지주의 둘 다 국적 부여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서방 국가 상당수가 이와 유사하다.

이중 국적?  아니면?

위 에피소드에서는 미국으로 향하는 미국 국적 항공기 안이었지만, 태어난 실제 장소는 캐나다 상공이었고, 부모 국적이 우간다였는데, 이 아기의 국적은 어디로 정해져야 할까?  캐나다와 미국 모두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만큼 이 두 국적이 충돌하고 있다.  아니 우간다 국적까지 포함해 세가지 국적들이 혼재되어 혼란이 생겨 버렸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특히 국제선의 경우는 비행기 안에 들어서면 목적지 국가의 영토로 생각하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으니 이미 미국 영토에 있는 상황이므로 미국 국적을 부여해야 겠지만, 실제 이 항공기가 통과하던 위치는 캐나다 영공이었기에 캐나다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어쨌건 노스웨스트 항공 059편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적어도 2개의 국적은 보유하게 되었다.  우선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어머니 국적인 우간다, 그리고 항공기 통과 지역이던 캐나다 국적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당시 언론들도 그렇게 전했다.  (이후 국적 부여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에 미국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되었기에 이중 국적을 넘어 삼중 국적을 보유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참고)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임산부가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는 기준을 임신 32주(약 8개월)로 삼고 있다.  32주 이상인 경우에는 의사 소견서를 통해 항공기에 탑승해도 좋다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위 사례처럼 비행 중에 아기를 낳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관련 글들 *
[항공소식] 하늘에서 태어난 아기, 하늘 축복 가득 / 대한항공 기내출산 (2010/11/17)
[항공이야기] 항공사 이름으로 아기 이름 지은 사연들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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