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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의 추억

마래바 2006. 5. 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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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동네 주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뻥튀기 장수..

지방의 시골 장터 같은 곳에서 볼 수는 있을까?
(물론 슈퍼나 가게에서 간혹 대량 생산된 뻥튀기를 발견할 수는 있다.)

먹을거리가 그리 풍부하지 않은 시절에 쌀 뻥튀기 한 봉지(? 봉지라고 하기에는 좀 크지만) 에 행복하던 시절.
그 뻥튀기 한 봉지를 수중에 넣으면 며칠이고 든든하게 군것질거리로 부족하지 않았지.^^

뻥튀기의 추억

쌀, 보리, 옥수수, 누룽지.. 재료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내던 뻥튀기..

그 중 가장 맛있는 뻥튀기는?

내게는 누룽지 뻥튀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구수하고 달콤했던 맛이란..

그래서 며칠이고 누룽지를 모아 두었다가 동네에 뻥튀기 아저씨가 나타나면 얼른 집으로 뛰어들어가 가지고 나와 달작지근하게 튀겨지기까지 주변에서 기다리던 기대감..

지금의 설탕 대신, 당시에는 달콤한 맛을 내는데 사카린을 사용했는데, 조금 더 넣어 줬으면 하는 우리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늘 한 숫가락만 넣었던 야속했던 뻥튀기 장수 아저씨..

그러다 시간이 되어 완성될 때 쯤되면 드디어 클라이막스.. 열에 의해 가열된 그 기계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에 이르러 압축된 압력을 터트릴 시간.. 뻥튀기 아저씨는 그 기계에 쇠 꼬챙이를 걸어 터트릴 준비를 하고, 우리는 옆에서 귀를 막고 언제 터질까 하는 조바심과 두려움으로 가슴은 "콩닥 콩닥" 뛰기 시작하고..


"", "피유우~~"

그 벼락치는 듯한 소리는 무서웠지만,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맛있는 뻥튀기를 기대하며 그 주변을 멀리 떠나지 못한다. 저 뻥튀기 기계에 뭐든지 집어 넣으면 몇배의 크기나 양으로 변해 나오니 마치 마법의 기계인냥 신기하게 바라보며 나름대로의 상상을..

"내가 가진 이 과자를 저 안에 넣고 뻥튀기면 몇배나 커질텐데.."
"혹시 이 눈깔 사탕은 안될까?"

우리의 꿈도 그 뻥튀기 기계처럼 마냥 커지기만 하던 그 시절.. 

그러나 이제는 아는 게 많아지고 그에 따라 겁도 많아지면 순수하고 이상적인 꿈도 현실의 벽을 알기에 지레 포기하게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때처럼 그저 아름다운 꿈만을 더 이상 꿀 수는 없는 것인지.. 그 시절처럼 단순하고 순수한 꿈을 이제 바랄 수는 없는 것인지.

그러나 어느새 내 주변에는 아이들이 생겼고, 어느 가요 가사처럼 이제는 그 꿈들이 우리의 몫이 아닌 우리를 닮은 우리 아이들이 몫이라는 걸.. 알게 되고..^^

얼마 전에 아이들에게 뻥튀기를 사 준 모양이다. 큰애 작은애 할 것없이 그 뻥튀기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뭐가 맛있는 지 딸아이는 맛있다는 대답도 않하고 그저 입에 집어넣기에 바쁘고, 아직 어린 작은 애는 그 작은 쌀 뻥튀기를 한알 한알 오물 거리며 먹고 있고..^^

이 아이들도 나중에 나랑 같은 추억을 느낄까? 그렇지는 않겠지. 뻥튀기를 접하는 경로나 환경이 다른 걸.. 그저 이 아이들은 여러가지 간식거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좋다. 아이들의 이 모습을 보면서 내 어린 시절을 떠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2006.01 뻥튀기를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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