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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에 가을 운동회, 괜찮은가?

마래바 2007. 10. 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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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3주 전에 아내로부터 큰 아이, 다원의 학교 가을 운동회가 조만간 있을 거라고 하면서 가능하면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년엔 큰 아이가 학교를 들어가고 처음 맞는 운동회라 업무 중에 약간 무리를 해서 참석했던 기억이 떠 올랐다.

어쩔 수 없는 업무 때문에 출근을 해야 했지만 다원이의 첫 운동회라는 행사에는 꼭 참석해야 했기에 휴가 신청을 하고 오전엔 운동회에 참석했다가 오후엔 회사로 돌아가 업무를 보기로 하고 어렵게 어렵게 참석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미리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업무도 조정하고 휴가를 맞춰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운동회 날짜를 물어보았다.

"운동회 날짜가 언제인데?"

"가만 있어봐요.. 음.. 어디보자.. 10월 3일이라는데?"

"응? 10월 3일?"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날짜가 왠지 익숙한 느낌.. 이런 알고 보니 공휴일, 개천절 아닌가?

"개천절, 공휴일이잖아? 그날 운동회 하는 거 확실히 맞아?"

다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운동회를 공휴일에 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결국 다시 확인해 봤지만, 10월 3일 개천절이 운동회 날이 확실하다는 말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박하지만 동네 잔치같았던 옛날 운동회

소박하지만 동네 잔치같았던 옛날 운동회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운동회는 단순히 학생들이 1년에 한번씩 하는 체육대회가 아니어서 운동회가 열리는 날은 온 동네 잔치 날과 다르지 않았다. 학생들은 운동회를 위해 근 한달간에 걸쳐 노래, 단체 무용 등 갖가지 행사를 준비해서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온 동네, 온 가족들이 전부 모여 즐거운 한 때를 가지곤 했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고, 여건도 달라져서 요즘은 운동회가 더 이상 마을 잔치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학생들의 학기 중 열리는 행사의 의미로 축소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학원에서 공부에 늘 시간에 쫒기며 생활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겐 운동회도 별반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큰 아이 학교에서 보내 온 운동회 안내문을 다시 자세히 보았다. 왜 굳이 공휴일에 운동회를 해야 하는 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안내문에는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10월 3일에는 운동회를 하고, 10월4일은 휴교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라 ? 10월 4일은 쉰다고?

어짜피 10월 3일은 공휴일이니 공휴일에 운동회를 하면 대신 다른 날 쉬는 것이 타당해 보이긴 했다.

< 열심히 1등으로 달리다가 2등했지만, 그래도 다원이는 기쁜 듯.. >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공휴일에 운동회를 연 진짜 이유는 가능한한 학부모와 동네 어른들을 많이 학교로 초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것. 아마도 평일에 열리는 운동회에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가가 힘들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많은 어른들이 참가할 수 있는 공휴일을 골라 운동회 날도 잡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예전 어릴 적 운동회에 우리 부모는 물론이거니와 주변 동네 사람들까지 다 모여 온 동네 잔치처럼 되곤 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큰 아이가 이 학교로 전학 오기 전 학교에서도 운동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지만 사실 그 당시 학부모들이나 동네 어른들이 많이 참여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아이들 위주의 행사였던 것을 기억한다. 약간 부정적으로 보였던 것은,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행사를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참가해보는 이번 운동회는 그런 면에서 볼 때 흥행에 대단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학생들의 수보다 훨씬 많은 수의 학부모나 어른들이 참석했던 것 같다. 미리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으려는 목적에 일찍 (8시 40분 경 ?) 학교를 찾았음에도 불구 이미 상당히 많은 부모들이 학교에 모여있는 상태였다.


역시 잔치나 행사는 사람이 많고 우글우글해야 제 맛인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이 자기 아이들 예쁜 모습을 기억이나 사진에 오래 담아두려는 목적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은 중간 중간 아이들의 프로그램 (춤이나, 공연 등)을 하고나면 부모들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도록 다시한번 공연한다. 처음에는 관람만 하고 두번째 공연할 때 사진 촬영하도록 허락한다.

또 한가지 이번 운동회의 특징이라면 운동회 순서 중에서 부모들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더라는 것이다. 아빠들만의 축구와 게임을 비롯해, 엄마들의 누가 빨리 달리나,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포크 댄스, 엄마들의 청백 카드 뒤집기, 공굴리기, 장애물 달리기, 이어달리기 등 전체 프로그램 중에서 부모들이 참가하는 종목의 수가 대략 30%는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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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일반적으로 아이들 재롱 잔치 구경하는 식의 운동회가 아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가하는 운동회의 모습이라 신선한 느낌이다.

만약 평일에 운동회를 했더라면 일로 출근해야 하는 아빠들의 경우는, 호기심에 참가하는 1, 2학년 저학년을 둔 경우가 아니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닐테지만.. (어쩌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참가하지 않으려 했을 지도 모르겠다 ㅋㅋ)

비록 이번 공휴일이 개천절이어서 그 국경일에는 그날을 기념하며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국경일에 운동회 행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휴일에라도 운동회를 통해 학교와 학생, 그리고 가족들과 동네 축제를 즐긴다는 측면에서 더 나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괜찮다는 의견이다.

이번처럼 공휴일에 가을 운동회를 한다면 일 때문에 참가하기 힘들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이번 운동회에 아빠들의 모습이 유난히 많이 보였을 것이다. 모처럼 선선한 가을 날씨에 온 가족들과 함께 한 가을 운동회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축제다운 축제를 즐긴 것 같아 피곤했지만 날씨 만큼이나 기분은 상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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