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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항공기 안에서 피워도 되는걸까?

마래바 2009. 6. 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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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뭐야?'  '뭐하는 거지?'

승무원 K는 기내식 서비스를 마친 후 기내를 둘러보던 중 깜짝 놀랐다.  어두컴컴한 객실 안 어디선가 빨간 불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치 담배 불빛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설마, 비행기 안에서 금연이 상식처럼 되어 있는데, 화장실도 아니고 자리에 앉아서 담배를 피울리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혹시 하는 생각에 불빛이 있는 곳까지 가서 확인해 본다.

그런데 불빛에 가까이 갈 수록 승무원 K는 흥분을 감추기 어려워졌다.  진짜 담배였던 것이다.  승객 한 분이 좌석에 버젓이 앉아 연기까지 내 뿜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이다.

기내에선 금연

기내에선 금연

'이걸 어떻게 해야지?  침착, 침착... 후~ 후~ 호흡을 가다듬고..'

"저 고객님, 항공기 안에서는 금연입니다.  이렇게 담배를 피우시면 안됩니다."

"이거 말인가요?  이거 담배 아닌데요.  담배 모양처럼 생겨서 흉내만 내는 겁니다"  승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담배처럼 생긴 물건을  보여주면 말한다.

그렇다.  소위 전자 담배 (Electronic Cigarette) 라는 물건이 등장한 것이다.

'이것도 담배니까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해야 할까?  아니면 괜찮다고 해야 할까?'





 전자담배(Electronic Cigarette)라는 희안한 제품 등장

중국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전자 담배가 미국을 중심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담배 모양처럼 생긴 파이프를 만지작 거리며, 타르 등 발암물질은 포함되지 않은 성분을 기화시켜 마치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게 하는 제품이다.  일부에서는 금연 보조제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동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얼핏 봐서는 일반 담배와 구분하기 힘들다.  담배 피우는 느낌을 그대로 가지게 하기 위해 담배 끝 부분이 마치 타는 것 같은 빨간 불빛은 물론 빨아들여 내뿜는 기체 또한 흰색 담배 연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자 담배는 일반 담배와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일반 담배가 가지는 유해한 물질들은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발암 물질로 알려진 타르나 벤조필렌 등이 없고 대신, 담배 잎에서 니코틴 성분만을 추출해 액상, 농축한 것이다.

즉 전자 담배를 피우는 경우 유해한 발암 물질 대신 니코틴만 흡수하게 되며, 연기처럼 보이는 것은 니코틴 액을 기화시키면서 생기는 수증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담배가 가지는 간접 흡연의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일반 담배와 외형적으로 구분 어려운 전자담배

일반 담배와 외형적으로 구분 어려운 전자담배

이쯤되면 기존 담배와는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인다.  당사자인 흡연자에게는 물론, 그 동안 담배의 가장 큰 해악으로 지적돼왔던 주변 사람들에게 끼치는 간접 흡연의 피해도 없는 셈이다.

이 정도면 기내에서 그냥 피워도 되는 것은 아닐까?  아니 비행기 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금연 구역에서도 당당하게 꺼내놓고 사용해도(피워도) 되지 않겠는가 말이다.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니 말이다.





 전자담배도 담배의 한 종류라면, 사용 장소도 명확히 해야

그런데 얼마 전 (2009.6.9) 정부는 이 전자 담배(Electronic Cigarette)를 담배의 한 종류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일부 수입업체나 제조사가 주장하는 금연 보조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이 전자담배가 무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없는 상태에서 금연 보조제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게 되면 이 전자담배를 판매하고 사용하는데 일반 담배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세금도 담배세를 부과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분류하는 데는 세수를 늘리려는 속셈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아직 일반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는 실제 그런 의도가 있는 지는 알기 어렵다.

어쨌거나 이렇게 본인은 물론 주변에게도 피해를 주지않는 담배라면 항공기 안에서 그냥 피워도 되는 것은 아닐까?  승객들이 그렇게 주장하면 그대로 피우도록 허락해야 하지 않을까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명색이 담배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기존처럼 금연 구역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문제는 정부 당국이 이 전자담배를 담배의 한 종류로 분류하긴 했지만, 금연 장소에서도 피우지 않도록 금지되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점이다.

만약 비행기 안에서 이 전자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한다면 그 판매가 급격히 늘지 모르겠다.  애연가들 입장에서 10시간 넘는 장시간 비행하는 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고통이라고 호소할 정도니 말이다.  오죽하면 화장실 등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사례까지 있는 걸 보면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전자 담배에 대해서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경우, 항공기 안에서 이 전자담배로 인한 갈등이 표면화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데, 왜 이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느냐'는 주장을 반박할 이유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항공기 안에서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기준이 없는 이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다 할 것이다.

이것이 하루빨리 전자담배를 피울 수 없는 장소를 기존 금연구역과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기준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다.  만약 전자담배를 담배의 한 종류로 분류해 놓고도 금연 구역에서 피울 수 있는 아이러니한 갈등이 발생한다면 정부 당국자의 직무유기라고 간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면 전자담배는 무해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과 함께, 어느 곳에서든 장소 불문하고 사용할 수 있게끔 하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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