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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다른 항공기를 맨눈으로 찾아라

마래바 2009. 9. 2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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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의 글쓰기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오랜시간 포스팅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봐야 일주일 정도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지난 주에는 개인적인 일이나 업무 때문에라도 바빴던 날들을 보냈다.

그 가운데 특이했던 경험은 관숙비행이라는 걸 하게 되었다는 것.. 관숙비행이 뭘까?

관숙(慣熟)은 관숙하다라는 표현의 어근으로 사전적으로는 '손이나 눈에 익숙하다' 는 것을 의미.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관숙비행이라는 용어는 항공 부문에서는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조종사나 관련 부문 종사자들이 항공기 비행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체험비행'인 셈이다.

글쓴이도 비록 조종사는 아니지만 현재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관숙비행이라는 체험비행을 한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반복해 관숙비행을 하게 되는데, 이는 조종사가 항공기를 이륙시켜 비행하고 착륙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실제 비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관찰하는 것이다.  실제 비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관숙비행은 조종사들이 그날의 비행을 위해 비행계획서를 검토하는 브리핑(Briefing) 순간부터 함께 참여한다.

조종실에 들어서자 조종사들과 인사를 나눈 후 몇가지 주의사항을 듣는다.  별다른 일이야 없겠지만 비상탈출은 어쩌고 하는 말은 잠시 긴장하게 한다.  항공기 이륙 순간과 착륙 과정을 제외하고는 질문을 해도 좋단다.  그 정도는 나도 안다. 이륙과 착륙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이다. ^^

근데 기장이 재미있는 한마디를 덧붙힌다.

'저, 있다가 제가 비행기를 찾아달라고 부탁드리면 함께 좀 찾아 주세요!!'  라고 말이다.

응?  이건 뭔 말이지?  비행기를 찾아달라니..  하지만 이 궁금증은 항공기가 이륙한 후 바로 풀리게 된다.

어쨌거나 궁금증을 뒤로하고, 조종사들이 항공기 준비하고 비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관숙비행, 체험비행을 시작한다.

인천을 출발해, 동경 나리타로 비행하는 B777 기종의 기장과 부기장은 출발하는 공항의 기상상태는 어떻고 도착지와 중간 비행경로의 날씨는 어떤지 확인하기 시작한다.  항공기 이륙 후 어떤 경로로 날아갈 것인지, 이미 작성된 비행계획서를 통해 (일종의) 항로를 항공기 컴퓨터 (FMS, Flight Management System) 에 입력해 기억시킨다.

또 오늘은 어떻게 비행할 것인지 기장과 부기장은 의견을 조율하며 그 방식과 각자의 역할을 결정한다.  항공기 출발 준비가 되면 승객을 탑승시키고, 관제로부터 출발 허가를 받게 되면 비로소 출발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게 된다.

Towing Car (토잉카, 항공기를 이동시키는 트럭) 가 항공기를 뒤로 밀어내면 (Push-Back), 항공기는 자기 엔진을 돌려 서서히 활주로로 이동한다.

활주로에 들어서서 이륙이 준비되면 관제로부터 이륙 허가를 받아 엔진출력을 급상승시켜 항공기를 출발시킨다.  점차 속도를 올리며 활주로를 달리던 항공기는 일정한 속도(V1 -> VR)에 이르자 기수를 들어올려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TCAS 시스템에 나타난 인근에 비행하는 항공기

TCAS 시스템에 나타난 인근에 비행하는 항공기

어느 정도 고도를 잡을 때까지 항공기는 계속해 상승한다.  이날 항공기 비행고도는 3만5천피트로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높이까지는 올라가야만 한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항공기가 이 비행고도까지 올라왔을 때 지나는 곳은 강릉 상공이다.  B777 항공기가 3만5천피트까지 상승하기 위해 무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거리만큼 날아야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이 상승 과정을 거치면서 출발 전 조종사가 했던 부탁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된다.

'저, 왼쪽 하늘에서 항공기 좀 찾아 주시겠습니까?'

요즘 항공기에는 대부분 TCAS (Traffic Collision Avoidance System) 라는 공중충돌방지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워낙에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제트 항공기여서 주변을 비행하는 항공기를 육안으로 살피며 비행하기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 TCAS 라는 시스템은 현재 항공기를 중심으로 주변에 다른 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레이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보듯 TCAS 상에는 내 항공기 주변에 어떤 항공기가 어떤 고도로 비행하는 지 나타난다.  혹시 내 항공기랑 같은 고도로 비행하는 항공기는 없는 지... 내가 상승 또는 하강 하려는 데 걸리적(?) 거리는 항공기는 없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어! 저기 왼쪽에 한 대 날아가는데요?   이쪽에도 한대 더 보입니다.'

조종사가 한 말은 TCAS 상에 나타난 다른 주변 항공기를 자신과 함께 육안으로 찾자는 것이다.

물론 TCAS 라는 시스템이 우리 사람의 눈(시력)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 굳이 눈으로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습관 때문인지, 정해진 절차 때문인지 눈으로 직접 항공기를 찾는 모습이다.  예상치 못한 행동이 재미있어 보였다.^^

실제 목격한 비행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주변 비행하는 항공기를 찾는다.

실제 목격한 비행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주변 비행하는 항공기를 찾는다.

나도 한대 찾았다.  신기하게도 저 멀리 날아가는 항공기가 실제 내가 탄 항공기에서도 보일 줄은 몰랐다.  그만큼 가까이 비행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TCAS 라는 시스템 없이 비행해야 한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긴장되기까지 한다.  그래서 예전 TCAS 시스템이 장착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서로 비행하는 항공기 앞뒤 간격을 지금보다는 훨씬 여유(거리 간격)를 뒀어야만 했다.

정해진 순항고도인 3만5천피트에 이르러 이제 조종사들도 한결 여유로와진다.  지상과 계속해서 이루어지던 교신도 어느정도 잦아들자 관숙비행에 있어서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궁금증을 해결한다.

하지만 내가 관숙비행하는 항공편은 인천 - 나리타(동경) 짧게 비행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이 평화롭고 여유롭던 시간이 너무 짧다.  불과 한 30분 정도 지나자 다시 착륙 준비에 들어가 바빠진 조종사들...

나리타 공항에 도착 예정시각을 알려주고 어느 활주로로 착륙할 것인지 배정받고, 하강하는 동안에 지속적으로 공항 주변의 날씨 상태를 모니터링 한다.  관제에 기상상태를 물어보기도 하고, 지상에서 ACAS를 통해 전달된 날씨 데이터를 직접 확인한다.

이제 정해진 도착 경로를 따라 비행하며 하강하던 항공기 조종실 창 너머로 공항 활주로가 보이기 시작한다.  낮 시간대였기 때문에 활주로 주변에 조명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이 항공기가 내려야할 활주로 번호 만큼은 선명하게 보인다.  34L .....

나리타 공항 활주로 34L (구글어스)

나리타 공항 활주로 34L (구글어스)

항공기가 활주로에 접지하기까지 항공기가 좌우로 움직이며 흔들림이 제법 크다.  우리 항공기가 내리기 바로 전에 같은 활주로를 이륙하는 다른 항공기를 지켜봤는데, 아마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앞뒤 항공기의 이착륙은 각각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둬야 한다.  이착륙 간격이 너무 짧아 앞 항공기로 인한 강력한 후류 (항공기가 움직이며 만들어낸 공기 흐름) 가 미처 사라지기 전이라면 뒤 비행기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 항공기의 강력한 후류 때문에 뒤따라 내리는 항공기 흔들림이 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에도 철저한 훈련과 경험으로 준비된 조종사의 기량은 큰 어려움 없이 항공기를 착륙시킨다.  항공기는 공항 관제와 교신을 유지하며 무사히 터미널로 들어와 가볍게 멈춰선다.

이로써 항공기의 한 비행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울러 내 관숙비행(체험비행)도 무사히 종료되었다.  관숙비행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일은 남았지만 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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