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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 요금이 그리 싸지 않은 이유

마래바 2010.03.17 15:21

최근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이 눈부시게 그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국내선 중 김포 - 제주 노선의 경우에는 진에어, 제주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 저비용항공이 전체 승객 중 거의 절반을 실어나를 정도로 그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런 성적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제선 진출에도 매우 적극적인데, 진에어는 이미 방콕을 운항하고 있으며, 조만간 괌(Guam)으로도 국제선을 띄울 계획이며, 제주항공 또한 일본, 동남아 등으로 활발하게 국제 노선을 확대하고 있다.  에어부산 또한 일본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공격적인 국제선 취항에 나서고 있으며, 이스타항공도 비록 부정기 노선이지만 국제선을 운항하고 있다.

그런데 진짜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력이 뛰어난 것일까?

이 질문에는 약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의 외형이 커지는 이면에는 허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김포-제주 노선에서 승객 수송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고 하지만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리 양보가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자회사 격으로 진에어, 에어부산을 운영하고 있어 이들 저비용항공사들이 자리를 잡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운송량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진에어나 에어부산이 사용하는 항공기 또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어서 실제 저비용항공이 새로 태어났다기 보다는 기존 대형 항공사의 일부 사업부분을 따로 떼어낸 것 같은 양상이기 때문이다.

기왕에 만든 저비용항공 자회사를 살려 시장에 정착시키려면 어느 정도 국내선 시장에서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


또 한가지..저비용항공의 요금은 정말 그 이름처럼 저렴할까?

물론 저렴하다.  단, 아주 극히 일부 좌석에 한정된 얘기라면 말이다.

얼리버드(Early Bird) 라는 개념을 도입해 서너달 전에 미리 예약해 항공권을 구입한 경우에는 매우 저렴한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이런 얼리버드 요금제를 적용하는 좌석은 전체 공급 좌석에 불과 5-10% 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지 않다.

현재 국제선을 운항하는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의 항공요금은 일반 항공사들의 약 70-80% 수준이다.  물론 이 정도라도 싸다면 싼 요금이겠지만, 외국의 저비용항공사 요금이 한끼 식사값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에게 '저비용' 이라는 이름을 붙히기에도 낯뜨거운 요금 수준인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은 그 비용구조를 현 수준에서는 더 낮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의 기본 컨셉은 저렴한 항공권이지만, 이를 위해 서비스는 기본만 제공한다가 전제되어야 한다.  기내식은 물론 마시는 음료수 조차 돈 주고 사먹어야 하고, 부치는 가방은 매번 요금을 내야 한다.  하물며 화장실을 이용할 때 요금을 내야하는 항공사도 있다.  또한 좌석마다 차이를 두어 같은 이코노미 클래스라고 해도 비상구 좌석이나 벌크헤드 좌석은 추가 요금을 더 받는 것이 저비용항공의 기본 컨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은 현 주소는?

글쎄다.  현재 상태로라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은 결코 '저비용' 항공이라 부를 수 없다.

저비용항공, 영어로 표현하면 흔히 LCC (Low Cost Carrier) 라 부르는데, 이는 값싼 항공권을 제공하는 항공사라는 의미보다는 항공사 비용구조가 저비용 구조라는 의미가 강하다.  즉 저비용 기업구조를 통해 값싼 항공권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저비용항공의 생존 조건

저비용항공의 생존 조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은 서비스를 일반 항공사와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제공하고 있다.  기내식도 공짜로 제공하고, 무료 수하물도 그대로 서비스하는 현 수준에서는 비용구조를 낮출래야 낮출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외국의 저비용항공사들은 다 받는 추가요금이나 수수료 방식을 우리나라 저비용항공들은 왜 도입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이용객들의 서비스 기대수준 때문이다.  값싼 항공권을 원하지만 절대 후진 서비스는 용납하지 않는다.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유료로 시행했다가 이용객들로부터 원성과 항의 등 호된 신고식을 치루는 등 아직까지 우리나라 이용객들이 서비스 저하를 전제로 하는 저비용항공을 원하지는 않고 있다.

저비용항공이 정착하려면 저비용항공에 대한 서비스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

그래야 저비용항공사들이 서비스를 줄여 요금을 낮출 수 있다.  

예상되는 저비용항공의 성공 공식을 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싶다.

* 저비용항공이 시행해야 하는 것들 *

  • 저렴한 항공권을 전체 공급 좌석의 30-40% 수준으로 확대한다.
    단, 출발 시일이 임박한 경우에 한해 일반 메이저 항공사의 80-90% 수준의 항공요금으로 책정
  • 좌석 이외의 모든 것들은 다 유료로 전환한다.  부치는 수하물은 물론 음료수, 기내식까지 다 요금을 받는 것이다.  또한 좌석도 구분하여 편안한 좌석은 요금을 약간 더 추가한다.
  • 공항 카운터를 없앤다.  모든 걸 시스템화 해, 체크인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실시해 탑승권을 출력해 오는 방식이다.  공항에 나와서 체크인하는 데 추가 요금...
  • 운항하는 공항도 대형 공항을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방콕만 해도 대형 공항으로 항공기 운항에 적지않은 운항비용이 발생한다.  항공요금을 낮추는 대신 착륙료 등이 저렴한 다른 군소 공항으로 운항하는 방식이다.
  • [저비용항공 생존전략] 저가 항공사, 이대로는 생존 힘들다. (2008/10/27)


* 그럼 이용객들이 감수해야 하는 것들은? *

  • 한가지 밖에 없다.  일반 항공사에서 받았던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것이다.


어떤 사회든 고가와 중저가 시장이 골고루 존재한다.  이 세상 모두가 똑같이 부자도 똑같이 가난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항공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다른 나라의 예를 통해서 저비용항공의 시장은 충분히 그 존재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 시장을 정착시켜 키우는 방법은 항공사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객관적인 투입 비용이 도저히 값싼 항공권을 만들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부가 서비스를 최소화하고 요금 체계를 다양화하며, 가능한 부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법 만이 저비용항공 시장을 만드는 길이다.

이는 마치 부메랑 같아서 서비스 기대수준을 버리는 순간, 항공요금이 저렴해지고, 그 저렴한 항공권을 다시 이용하는 혜택으로 되돌아온다.  이제 시장은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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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Comments
  • 프로필사진 구차니 2010.03.17 15:27 신고 입석 50% 할인
    개인용 담요/개인용 구명조끼 별매 하면 좀 대안이 되려나요 ^^;

    아무튼 한끼 밥값으로 비행기 탄다는 해외가 부럽네요.
    (음.. 밥값이 비싼걸지두요? ㅋ
    국내에서 밥값이라면 5000원이고, 버스비 정도 수준이 될 수 있을려나요?)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3:54 신고 라이언에도도 입석 고민하고 있다죠?
    정말 밥 한끼 값입니다. 파리-런던이 5달러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 프로필사진 고가항공 2010.03.17 17:28 신고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409573.html

    기사 관련되어 어떤 의견 가지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3:57 신고 링크해 주신 기사 잘 봤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공정한 시장 환경에서 경쟁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기사 내용처럼 현재 가지고 있는 배경이나 파워로 새로운 시장 진입을 막는 건 문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현상이 비단 항공업계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 어쩌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자회사인 진에서, 에어부산을 만든 것도 이런 차원의 연장선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공정한 가격, 서비스 품질, 노선망, 편리성 등의 경쟁력을 가지고 경쟁하는 게 옳고 기본적인 시장 경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프로필사진 아크몬드 2010.03.17 19:13 신고 사람들의 고정 관념이 잘 바뀌지 않으니 ...
    잘 보고 갑니다 ;)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3:58 신고 다른 말로 관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감사합니다. ^^
  • 프로필사진 칫솔 2010.03.17 22:04 신고 사실 짧은 거리라면 안전을 제외한 서비스는 되도록 줄이는 게 좋지 않나 싶어요.
    대부분이 1시간 이내의 비행인데 비해 서비스가 많은 편인 듯 싶더라고요.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3:59 신고 맞아요... 비행시간 30분 정도 밖에 안되는데 이것 저것 서비스 한다는 게 조금 우습니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이런 서비스를 과감히 줄이고 가격도 낮추어야 할 겁니다.
  • 프로필사진 J.Min 2010.03.17 23:39 신고 아무것도 안 줘도 되요...
    물 정도만 사서 마실수 있어도 OK...
    항공권, 기내식, 수하물 이런거 없어도 OK...
    안전하고 싸게 갈 수만 있다면야...

    라이언에어 타고 런던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채 10만원이 안되는 비용으로 왕복해 본 1인임-_-;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3:59 신고 파린 - 런던을 5불 가격으로 여행도 했다죠? ㅎㅎ
  • 프로필사진 joogunking 2010.03.18 08:09 신고 지극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헌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항공 여행을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일부로 여기는 것 같아요. 따라서 기내에서의 각종 서비스들도 해외 여행의 일부라고 느끼는 것이죠.
    저가 항공의 경우 국내선이나 일본 정도의 거리인데 이는 기차나 선박 등 대체 수단이 많아 비행기를 탈 이유가 줄어들고, 국제선의 경우 신뢰성이 높은 대형 항공사를 이용하지 저가 항공은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소비자들의 반발이 적도록 서서히 서비스를 줄여가며 가격에 대한 홍보를 많이 하는 것이 저가 항공의 생존 방법 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4:00 신고 네 그렇네요.
    비행기 타는 것도 여행의 일부라... 아직까지 항공교통이 일반화되지 않은 탓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만약 버스처럼 일반화된다면 값싼 것을 최고로 여길텐데 말입니다. ^^
  • 프로필사진 파란연필 2010.03.18 08:58 신고 가끔씩 부산에서 서울 올라갈때 KTX 말고 저가항공을 타고 갈때가 있는데,
    그러한 이유들이 있었군요.. 많은 걸 알게 되었습니다.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4:01 신고 요즘은 KTX 보다 더 싼 항공요금도 나오더군요.. 역시 저비용항공이 등장한 덕분입니다. ㅎㅎ
  • 프로필사진 dreamsso 2010.03.19 03:24 신고 글 잘 읽었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에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고객 만족도가 기업의 운명과 연관되어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역발상으로 국외의 저가 항공사도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추세로 변화하지는 않을까요? 개인적인 바람이었습니다. ^^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19 14:03 신고 그럼요 당연한 욕구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값싸면서 부가 서비스도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수익원을 찾을 수 있다면 또 다른 문제겠습니다만. ㅎㅎ
  • 프로필사진 송지하 2010.03.19 20:13 신고 외국 항공사들과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행해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항공사가 가장 먼저 성공할 것 같은 기분은 뭘까요? ㅎㅎ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23 13:38 신고 그런데 문제는 항공권 가격이죠...
    가격을 낮추면 수지가 나빠질 것이니 그걸 만회할 다른 수익원을 찾는 게 중요하구요.. 아직까지는 해결책이 ...
  • 프로필사진 2010.03.20 14:11 신고 거리도 짧은 국내선에 음료나 기내식이 왜 있어야 하는지가 의문입니다.
    그런거 빼고 가격내리는게 좋죠
    근데 서비스 다 빼고도 정말로 가격을 그만큼씩 내려줄지가 의문이란게 문제.. ㅡ.ㅡ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23 13:38 신고 맞습니다. 서비스 별로 필요 없습니다.
    다만 그 서비스 줄인다고 해서 당장 가격이 떨어지진 않을 겁니다.
    다른 수익원 찾기 전까지는요..
  • 프로필사진 젤가디스 2010.03.21 04:17 신고 가격이 싸면 서비스가 좀 떨어지는게 당연한건데 한국의 저가비행사들은 고민이 많겠네요.
  • 프로필사진 마래바 2010.03.23 13:39 신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서비스 기대 수준은 예상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구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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