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공항 노숙자, 유행처럼 번지려나? 본문
공항이라는 곳은 항공기를 이용해 출도착하는 기본 시설이자 공간이다.
이 시설을 이용해 국내 구간을 이동하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 입국하기도 한다. 적어도 공항이라는 시설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첫 이미지와도 같아 대부분 국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시설도 훌륭하다 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이 역효과를 내는 것일까?
예전에 본 블로그를 통해 공항에서 살고 있는 한 남자(메르한 카리미 나세리, Mehran Karimi Nasseri)에 대해 소개한 적이다.
[항공소식] 공항에서 18년을 산 사나이 (2008/06/20
마치 2004년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던 영화 '터미널(Terminal)'과 같이 말이다. 아니 오히려 이 영화 터미널의 모티브를 제공했던 것이 이 나세리(Nasseri)라는 남자가 공항에서 살았던 18년 기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와 유사한 일이 또 벌어졌다.
지난 2008년 9월 2일, 부유한 나라, 일본으로부터 한 일본인이 멕시코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입국 수속이 끝나자 마자, 가지고 있던 티켓을 일본으로 보내 버리고 멕시코 베니토 유아레즈 국제공항의 여객 제1 터미널에서 살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는 2008년 9월 2일 이후 근 4개월을 공항에 살아왔다.
히로시 노하라 (Hiroshi Nohara)라는 이 일본인은 왜 공항에 거주하는 지 설명하지도, 해명하지도 않아 그 궁금증을
더하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언론을 통해 부유한 나라에서 온 일본인 관광객 하나가 멕시코 공항 노숙을 시작했다고 알려지기 시작했고, 공항을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구경꺼리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는 주로 공항 내 푸드코트에 거주했으며 오가는 관광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나름대로 생활을 즐겼던 것 같다. 도쿄 출신인 이 일본인 남자는 멕시코를 관광비자로 입국한 다음 항공권도 집으로 보내버리고 공항을 떠나지 않고 살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왜 체류하는 지, 언제까지 있을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고...
"제가 왜 여기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멕시코 공항에 4개월 가까이 노숙했던 일본인 노하라
공항에 일본인 하나가 노숙하고 있다는 소문에 일본 대사관까지 나서 조사했지만, 아무런 이유없이 무작정 공항 떠나기를 거부했다. 일본 대사관도 이 자국인을 강제로 어떻게 하지 못했다. 그가 유효한 여권과 함께 멕시코 비자는 그가 멕시코에 체류할 수 있는 합당한 서류였기 때문이었다. 비자 만료일인 2009년 3월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사람은 매우 조용한 사람이었어요. 별로 말도 없이 하루종일 앉아 있으면서, 때 되면 먹기만 했거든요."
주변에서 이 이해 불가한 사람을 지켜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였다.
그가 거주했던 곳은 주로 푸드코트 주변이었으므로 남는 음식과 음료수는 충분해, 이 일본인 노숙자 노하라가 지내기에는 그다지 큰 불편함은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간혹 공항 이용객들이 이 노숙자에게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으므로 더욱 음식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간혹 이 일본인 노숙자는 2004년 영화 '터미널'을 언급하곤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 인생은 터미널2 라고 할 수 있죠' 라는 등 농담도 했다고..
이렇게 공항에서 노숙하던 이 일본인은 결국 2008년 마지막 때를 기해 멕시코 공항을 떠났다. 2008년 9월 이후 약 4개월만에 그 동안 정들었던(?) 공항을 떠난 것이다.
리포마 뉴스는 그가 멕시코 시의 한 아파트로 옮겨 살게 된다고 보도하면서, 머리 단정하고 목욕한 말끔한 일본인 노숙자 노하라의 사진을 내 보냈다. 그렇지만 어느 지역 아파트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 이 노하라를 오유키라고 알려진 여인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감으로써 공항에서의 노숙 생활이 끝난 것이다.
이 남자의 생활이 마치 영화 '터미널(Terminal)'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빅터 나보르스키(톰 행크스 분)는 자신의 나라가 쿠데타로 인해 잠시 유령국가가 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생활해야 했던 반면 이 일본인 남자 노하라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작정 공항 생활을 자청했었던 것이다.
노숙자의 심리를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삶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므로, 그들을 다시 사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 무엇이 됐든 삶의 희망과 기쁨, 소중함을 느끼게끔 해줘야 한다고 한다.
이제 노숙, 홈리스 (Homeless) 문화는 더이상 가난한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부유하고 넉넉한 나라에서 이런 현상들이 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 노숙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부유한 나라에서는 어쩌면 유행처럼 벌어지는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 철도역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노숙자들을 이제 어쩌면 공항이라는 공간에서도 쉽게 발견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이런 공항 노숙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 날이 머지않아 온다면 이 또한 서글픈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