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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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야마 요시히로(추성훈)를 아십니까?

마래바 2006. 3. 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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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연가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입장에서 일본 내의 한국인에 대한 위상이나 인식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솔직히 2002년 이전에는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이나 위상은 그저 이웃나라, 그리고 서로 않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그저그런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러던 것이 월드컵, 겨울연가(冬ソナタ) 등을 매개로 하면서 급속히 가까워지기 시작, 현재의 한류 붐으로까지 이르게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 우여곡절도 많이 있었겠지. 덕분에 일본에 거주하는 입장에서 그네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인상을 그대로 안고 생활하고 있다.


나야 일 때문에 일본에 거주하다 보니, 일본인들과 피부로 맞닦드리는 갈등이나 어려움은 없다. 그저 공식적으로 만나서 업무 협의하고 일 추진하고 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들과 항상 일 때문에 만나는 건 아니고 사석에서 어울릴 때도 있는 데 이 때 사실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소재이다. 그저 형식적으로 몇마디, 회사 이야기, 일 이야기 몇가지 하다보면 대화의 소재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대화의 소재를 먼저 꺼내는 게 아니라, 일본인들 그 쪽에서 먼저 대화의 소재를 바꾸어가며 끌어간다. 그 대표적인 소재가 한국 연예 분야를 포함하는 한국 문화가 그것이다.


재일교포 몇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의 일본 내 한국인에 대한 대접이 자신들이 살아온 3-40년 보다 최근 3-4년의 변화가 더 급격하다고 한다. 덕분에 기분이 좋기도 하다고..

오사카로 건너간 재일 한국인 김준평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피와 뼈"

그러나 실제 생활에 들어가면 아직도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일본인들의 차별은 곳곳에 남아있고 알게 모르게 그들 주류 사회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남아 있음을 알게된다.


그래서 일본 국적으로 바꾸기도 하고, 한국인임을 알리지 않고 살아가기도 한다. 일본인으로 살아가다 한국인으로 밝혀지는 것, 아니 스스로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무모한 일인지 재일 한국인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재일 한국인 "추성훈", 그리고 또 다른 신분인 일본인 "아키야마 요시히로" 에 대한 것이다. 이 사람에 대한 것들은 이미 여러차례 국내에 소개되기도 하고 과거 한국 내에서의 일들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다들 아시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추성훈", 그는 재일 한국인 4세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유도를 하게 되고, 두각을 나타내 대학 졸업 후 실업팀에 입단하려 하자, 한국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입단이 거절된다. 이에 실망한 그는 한국으로 건너와 유도를 계속하고자 한다. 그 실력이 급격히 향상돼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여러차례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하게되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시점이나 올림픽, 아시안 게임 등의 대회에서 국가대표로 선발되지 못한다. 국내 유도계의 오래된 관행과 폐해,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피해자가 되어 결국 일본으로 돌아가게 된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추성훈 (아시안게임)

2001년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귀화, 일본 국가대표가 되어 일본에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그것도 결승에서 한국 선수를 누르고 말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시대와 조국 대한민국이 안겨주었던 재일 한국인에 대한 빚이 이런 식으로 밖에 나타날 수 없나 하는 생각에...

그후 그는 격투기 분야에 투신하게 되고 작년에는 한국에서 벌어진 K-1 대회에서 일본인 대표가 아닌 한국인 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고 사랑하는 한국인 대표로 말이다.



그는 이때 이렇게 말했다. "추성훈도 저고, 아키야마 요시히로도 저예요" 라고 말이다. 국적은 일본이지만 한국인임을 마지막까지 잃고 싶지 않은 그의 바램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벌어진 K-1 경기 당시 임했던 복장은 유도 복장이다. (물론 지금도 계속 유도복을 고집하고 있다) 그 복장에는 선명하게 새겨진 대한민국 태극기를 모두 다 보았을 것이다. 사실 이 당시 나는 "한국에서 하는 경기고 재일 한국인으로 또 한국 대표로 출전하면서 일장기만을 복장에 붙이고 나오기는 힘들었으리라.. 그래서 태극기도 함께 붙이고 나온 것이리라 " 생각했다.


어제 일본에서 "HERO'S 2006" 격투기 경기가 시작되었다. 별로 관심도 없어 대회가 열린 줄도 몰랐지만, 우연히 오늘 아침 출근 전에 TV 프로그램을 보다보니 이 "추성훈", 아니 "아키야마 요시히로" 선수가 나오는 것이었다. 당연히 어제 경기에서 승리하고 프로그램에도 초대되어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순간,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경기 장면이 TV 화면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한국에서 경기 당시 입었던 그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도복을 다시 입고 경기하고 있는 모습을..

충격이었다. 일본 내에서 경기하면서도 자신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그토록 알리고 싶었을까? 그의 마음 속에 있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떤 것이기에.. 그를 크고 따뜻한 팔로 안아 주지도 못했던 조국에게 그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추성훈 (秋成勳) : 아키야마 요시히로 (秋山成勳)


이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한국 이름을 지키고 싶어했다.
(뒤의 成勳 이라는 이름은 일본인에게는 없는 이름이다. 한국식 이름인 것이다.)


  • 어제 경기 장면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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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인터넷을 뒤져보니 추성훈 선수는 소속이 없는 "Free" 로 되어 있더군. 공공연하게 한국인임을 밝히고 선수생활하는 것이 걸림돌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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