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정말 기내식 필요 없으세요? 본문
항공여행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기내식이다.
물론 집에서 정성들여 만든 음식이나 일류 식당에서 막 만들어져 나온 음식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3만 피트 상공에서 먹는 음식에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곤 한다.
항공여행의 즐거움, 기내식
정말 짧은 한국-일본 노선에서도 기내식이 나온다. 물론 대부분 간단한 요기 정도 할 수 있는 샌드위치나 도시락 정도가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장거리 구간일 때는 상황이 다르다. 5-6시간 이상 혹은 10시간 넘는 유럽, 미국행 항공기에 나오는 기내식은 정식 식사가 될 만한 음식으로 준비된다. 비행기 안에서 식사 두끼에 간식까지 먹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럼 장거리 비행에서는 그렇다고 해도 짧은 구간에서 기내식은 필요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요즘 저비용항공사들은 기내식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내식 굳이 필요없으니 항공운임이나 저렴했으면 좋겠다는 요구들 때문일 것이다. 필요하면 기내에서 주문해 먹으면 된다.
하지만 일반 항공사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기내식은 기본 서비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승객 한사람이라도 빼 놓을 수 없다.
공항 카운터에 손님 한 사람이 허겁지겁 달려온다.
"저 지금 서울 가야 하는데 지금 출발하는 비행편 부탁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이 비행편에는 곤란하겠습니다."
"아니 왜요? 출발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잖아요!"
"좌석도 여유가 있지만 손님께선 예약이 없으셔서 곤란합니다. 현재 기내식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까짓꺼 기내식이 무슨 대수예요.. 전 기내식 필요없으니까 좌석만 있으면 이 비행편 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이런 경우에 기내식 없이 손님을 항공편에 모셔도 괜찮을까?
참 어려운 결정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기내식 먹지 않아도 되니 급한 용무가 있어 비행편을 이용해야 하는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내에서 다른 승객들 다 기내식이 제공되는데 승객 한 사람만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에 탑재되는 기내식은 대개 출발 한두시간 전에 그 수량이 정해진다.
미리 충분히 많이 만들어 탑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겠지만, 항공사는 비용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예상 승객 수에 몇개 정도 더해서 그 탑재수량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만약 예상되는 승객 (예약 승객 + 예약없이 탑승할 승객) 수보다 더 많은 손님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바로 위 사례와 같은 문제가 생긴다. 분명 항공기에 좌석 여유가 있는데, 이미 기내식 여유가 없어져 더 이상 승객으로 모시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주 간혹이지만 손님의 사정을 이해해 기내식이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 드리고 항공편에 모셨다가 나중에 불만 편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항공기에 탑승해 안도감이 들자 남들 다 먹는 기내식에 자신만 쏙 빠져 버리는 상황이 아쉬워지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미리 설명을 들었고 그에 동의했으니 그 자체에 대해 불만이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다짐해 보지만, 당시 불편한 심정이 다른 서비스 불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런 상황에 대해 승무원은 아무런 배려가 없다, 무시한다는 등의 불만이 발생하기 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승무원들도 기내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승객을 더 탑승시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연히 그렇다. 자신들이 음식을 서비스해야 하는데 일부 승객만 빼 놓는다는 것이 비록 승객 본인이 동의한 것이라 할 지라도 분위기상 불편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항공사 직원들의 항공여행 때는 좌석 예약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이 때문에 기내식이 부족해 탑승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탑승하고자 하는 항공사에 미리 리스팅(Listing, 탑승하고자 하는 명단을 미리 제출하는 것. 예약과는 다름)하는 절차가 있기는 하지만.. 항공사 직원의 항공기 탑승기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재미있는(?) 일이 무척이나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