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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운항도 운이 좋아야 한다? - 지난 며칠에 대한 소회

마래바 2010. 12. 2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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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은 정말 끔찍했다고 표현하는 게 좋으리만큼 항공기 운항에 어려움을 겪은 기간이었습니다.  덕분에 블로그에 글도 포스팅하기 어려울 정도, 아니 며칠 간은 블로그에 들어오기도 힘들었으니 말이죠.

우선 지난 일요일(2010/12/18) 영국 런던에는 눈이 제법 내렸습니다.  런던 히드로 공항을 향해 날아가던 항공기들은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다름아닌 공항 폐쇄 소식입니다.   25센티미터 정도 내렸다는데 그곳에선 꽤나 많은 강설량이었던 모양입니다.  공항폐쇄까지 할 정도라니..

지난 봄에는 아이슬란드 화산 때문에 유럽 전지역에 항공기 운항을 불통시키더니 이번에는 영국 런던 공항이 눈 때문에 폐쇄된 것입니다.  히드로 공항으로 비행 중이던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 항공기도 그 불운의 때에 걸려 버렸습니다.

눈 때문에 폐쇄되어 버린 런던 히드로공항

눈 때문에 폐쇄되어 버린 런던 히드로공항

눈 때문에 비행기 뜨고 내릴 수 없으니 공항을 폐쇄한 공항 당국의 사정도 이해는 되지만, 날아가는 비행기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당시 비행 중이던 모든 항공기들은 다른 공항을 찾아 회항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는 인근 브뤼셀 공항으로 일단 회항한 후 다시 운항하려고 했지만 런던 히드로공항 폐쇄는 계속되었고, 열릴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리 큰 공항이 아닌 브뤼셀공항으로 다수(15-6편)의 항공기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자, 브뤼셀공항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항공편 당 200명 씩만 계산해도 무려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대합실에서 지내야 했던 것이지요.  공항 터미널 대합실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브뤼셀공항은 그야말로 삶의 전쟁터가 돼버린 형국이었습니다.

결국 며칠간 런던공항 폐쇄가 지속되었고, 각 항공사들은 브뤼셀공항 인근에 호텔을 잡아 승객들을 투숙시키려 했지만, 호텔 룸 확보 전쟁은 극에 달해 대한항공은 스페인 마드리드로 항공기를 운항시켜 그곳에서 승객들을 투숙시켰고, 아시아나항공은 브뤼셀에서 겨우 호텔 룸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런던 히드로공항 폭설로 마비된 48시간 

위 동영상은 당시 런던 히드로공항 상황이지만, 우리 항공편들이 회항한 브뤼셀 공항은 이보다 더 괴롭고 험악한 상황이었음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히드로공항이야 출발 승객들이니 정 안되면 집으로라도 돌아가면 되지만, 브뤼셀공항으로 회항한 승객들은 대합실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으니 말이죠.

어쨌거나 수 많은 어려움 끝에 12월 18일자 런던행 항공편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히드로공항 폐쇄가 풀려 거의 이틀(12월 20일) 만에 히드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큰일 하나가 또 벌어졌습니다.

월요일(2010/12/20), 인천공항에 사상 초유의 안개가 낀 것이었습니다.

새벽부터 끼기 시작한 안개는 아침이 되어도 개일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인천공항에 착륙하지 못했던 수십편 항공기들이 무더기로 인근 회항공항인 김포공항으로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인천공항에 착륙한 항공기들도 최악의 시정(Visibility) 상황에서 간신히 착륙했었다고 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아래 동영상 상태 정도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동영상이 시정(RVR) 175미터 상태인데, 당시 인천공항 시정(RVR)은 50미터에서 150미터를 오르내리는 상황이었으니 시정(RVR) 100미터 상황에서만 착륙할 수 있는 CAT-IIIb 조건이 안되는 항공기들은 아예 착륙할 없어 김포공항으로 회항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회항한 공항에서 다시 원래 목적지 공항으로 되돌아 비행해야 하지만, 기왕 김포공항으로 들어온 김에 하기를 원하는 승객들의 요구, 하지만 김포공항 입국/세관시설 부족으로 인한 하기 지연, 재 운항에 필요한 새로운 승무원 확보 등이 한꺼번에 엉키면서 김포공항은 그야말로 난장판 일보직전까지 이르렀습니다.

점심 때 쯤 되어 인천공항 날씨가 좋아져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오후 5시 쯤 되자 다시 인천공항에 안개가 밀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아침에 안개가 끼어 그 난리가 벌어졌는데, 오후에도 다시 안개가 끼일라고... 예보에도 없었는데..'

이렇게 자위했지만, 우리의 희망과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아침과 동일한 상태가 되어 버렸고, 그 상태는 밤 11시 넘어까지 이어졌습니다.  인천공항에 착륙하려던 항공기들이 다시 김포공항으로 밀려들어 상황은 아침과 동일했지만, 그 항공편 수는 훨씬 많았습니다.

김포공항이든, 인천공항이든 도착한 승객들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문제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려고 했던 항공기, 승객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여 버렸습니다.

시정(RVR) 100미터에서 200미터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이륙 조건에 맞는 항공기들은 가뭄에 콩나듯 이륙했지만, 나머지 대부분 항공기들은 이륙하지 못하고 장시간 대기하는 상황에 빠져 버렸습니다.

인천공항 활주로 3개 중에서 그나마 시정 조건이 나은 활주로가 생기면 개미 떼 몰려가듯 항공기들은 그곳으로 몰려들었지만 한두편 뜨고 나면 다시 시정이 악화되고, 기다리고, 또 활주로 바꿔 몰려가고, 또 기다리고 하는 행태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똑같은 이륙 성능, 조건을 가진 항공기라고 하더라도 5분, 10분 차이로 어떤 비행기는 뜨고, 어떤 비행기는 이륙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마 승객들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우리 비행기만 뜨지 못하는 지 말입니다.  이륙하지 못한 비행기는 운이 나빴다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장시간 기다리다 보니, 이번엔 승무원 비행근무시간 (법적) 제한에 걸려 비행하지 못하는 항공편도 생기게 됩니다.

결국 인천공항을 출발하려던 국제선 항공편 수십편이 무더기 결항되어 버립니다.

또 한번 뼈저리게 느낍니다.  항공기 운항도 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요즘 같아서는 예전 농경시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했던 '기우제' 비슷한 것이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발 눈 많이 오지 말고, 안개 끼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죠.. ㅠ.ㅜ;;  

올 겨울에는 또 얼마나 눈이 많이 올까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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