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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공항, 시작하기

마래바 2011. 5. 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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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공항이다. 

2005년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이래 이토록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지 못했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지난 번 포스팅이 5월 4일 이었으니 근 보름 만에 끄적거리는 내용이나마 포스팅을 하고 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이곳 파리로 오게 되면서 분주했던 일상 때문이었다.

지난 화요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으니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기존에 근무하던 곳과는 또 다른 곳, 다른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남들은 파리 공항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하니 부럽다고들 한다.  물론 이곳에 발령나기 전까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파리 공항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알아가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곳, 즐기기에 낭만적인 곳일 지는 몰라도 일하기에는 그리 썩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  우선 도착해 이 나라에서 장기간 체류해야 하니 체류증을 신청하는 단계에서부터 첫 난관에 빠지게 되었다.  체류증이 언제 나올 지, 아니 언제 신청해야 하는 지 그 일정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긴 파리에 오기 전에 이미 경험했던 것에서 익히 짐작해야만 했던 것을..  프랑스 비자를 받으려 하니,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주한 대사관에 비자 신청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지만, 프랑스는 달랐다.

프랑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요구하는 서류를 프랑스 본국으로 직접 보내 심사를 통과해야만 했다.  본국 이민국으로 접수된 비자 신청은 심의를 거쳐 노동청으로 넘겨지고 거기서 노동 허가를 취득해야만 프랑스 Work Permit 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을 거치는데 자그마치 한달이 넘게 걸렸다는 점이다.  그냥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노동청에서 발급된 Work Permit 을 바탕으로 이민국으로 서류가 넘어가고 거기서 최종 승인을 득해야 주한 프랑스대사관으로 관련 서류가 넘어오게 된다.  또 이 과정에 한달 가까이 소요되곤 한다.  비자 발급에 자그마치 두달 남짓 걸린 셈이다.

거기다가 프랑스 대사관에 비자 발급 관계를 질문하려면 오랜 시간 또 기다려야 했다.  이름, 생년월일 알려주면 메일로 답해 주겠노라고 하면 당일은 몰라도 그 다음 날에는 회신을 주는 것을 기대했지만 이 또한 함흥차사..  다시 전화로 몇번을 문의한 끝에 겨우 '비자 발급 서류 도착했으니 대사관으로 와서 비자 발급 신청하세요' 라는 메일을 받게 되었다.  대사관 방문해 비자를 신청하고 나서 또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여권에 프랑스 비자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게 되었으니 근 두 달 반 정도의 시간이 비자 발급에 들어간 셈이다.

이곳 파리에 도착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해 놓은 게 아무것도 없다.  물론 일과 관련된 것은 차근차근 인계인수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정착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난감하기만 하다.

애들 학교 문제, 거주지 문제, 앞서 언급한 체류증 문제 등등 앞길에 놓여진 장애물이 가득하다.  당장 내일부터는 애들을 보낼 학교를 방문해 교장 선생님과 면담해야 한다.  이 면담 일정 잡는데만 일주일이 걸렸다.  이쪽 사람들, 생활 시스템이 그런 것이고 또 그것이 당연하다 여기겠지만 성질 급한 우리로서는 답답하기만 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이곳에 살려니 이곳 시스템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을테고, 급한 내 마음을 다스리는 수 밖에 없으니... 

앞으로 당분간은 이 블로그를 통해 마래바의 좌충우돌 프랑스, 파리 공항 정착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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