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불난 것도 아닌데 비행기에 왠 물세례? 본문
며칠 전 (2011년 9월 26일) 대한항공 A380 항공기가 인천-파리 노선에 투입되면서.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취항했다.
현존하는 최대 규모 여객기로 하늘을 나는 궁전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거대한 A380 항공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흥미로움 그 자체다. 얼마나 큰지, 얼마나 편안하지 궁금함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는 A380 항공기 생산기지가 있는 프랑스답게 이미 A380 기종이 여러 항공사를 통해 운항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물론이고, 싱가포르항공과 에미레이트항공도 자사 A380 항공기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취항시키고 있다.
거기에 대한항공까지 A380 항공기를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취항시키면서, 이곳 샤를드골 공항은 A380 항공기 메인 허브가 된 듯한 느낌마져 들게 한다. 샤를드골 공항에는 이미 A380 항공기 6대를 동시에 주기시킬 수 있는 탑승동(S3)을 갖추고 있고, 기존 다른 터미널에도 3개가 이미 운용 중에 있을 정도로 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유럽의 항공교통 중심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대한 A380 항공기가 손님을 가득 싣고 파리 샤를드골 공항으로 접근해 착륙하고 있다.
샤를드골 공항으로 착륙 중인 대한항공 A380
무사히 착륙한 후 (탑승동) 터미널로 접근해 들어오는 도중 A380 항공기의 재미있는 장면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항공기를 향해 물을 뿌려대기 시작하는 소방차들
마치 물터널을 통과하듯, A380 항공기가 소방차의 물세례를 받고 있다. 물세례를 받은 후 항공기는 천천히 터미널로 들어와 멈춰섰다.
대한항공 A380 파리 취항 장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가지 궁금함 생긴다.
왜 항공기에 물을 퍼 부을까? 화재가 난 것도 아닌데 소방차까지 동원해 물을 뿌리는 이유는 뭘까? 뜨거워진 항공기 동체를 식히기 위해서? 아니면 불이라도 날까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당근 그건 아니다. 이미 짐작할 수 있듯이 비행기에 소방차를 동원해 물을 뿌려댄 이유는 대한항공 A380 항공기의 파리공항 최초 운항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우리 일상을 조금만 돌아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뭔가 기념할 만한 행사를 위해서는 대부분 아치 형태의 구조물을 이용하곤 한다는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꽃으로 장식된 아치 형태의 장식물이 그 대표적이며, 결혼식 풍습에서 군인들이 칼을 들어 아치 형태를 만들고 축하하는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 파리의 개선문 역시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군인들을 맞이하기 위한 일종의 축하 구조물이었던 것이다.
축하를 위한 아치 형태 장식물(행위)들
하지만 항공기는 알다시피 그 크기가 거대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축하 장식물을 만들기 쉽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물세례, 물축포인 것 아닌가 하는 추정이 일반적이다. Water Salute 혹은 Water Canon Salute 라고 하는 이 물축포는, 그래서 항공 혹은 항공기 관련한 기념할 만한 행사를 위해 종종 사용되곤 한다.
어디서 이런 물축포 풍습이 생겨난 것일까? 그 유래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거대한 비행기와 관련된 축하 행사를 위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는 설도 있고, 예전 항공 초기 시절 수상 비행기가 비행을 마치고 들어올 때 외부에 달라붙은 벌레 등을 닦아내기 위한 풍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거나 최근 항공 분야에서 물축포의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항공기가 첫 취항 혹은 마지막 비행일 때다. 이번 대한항공 A380 취항에서 보여준 것이 좋은 예이며,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의 마지막 비행 때 뉴욕 JFK 공항에서 청/백/홍 (아마도 프랑스를 상징하는 색깔을 기념한 듯) 삼색 물축포를 쏘아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콩코드 마지막 비행 기념 물축포 (Water Salute)
그 외에 물축포(Water Salute)가 사용하는 또 다른 경우는 조종사가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하고 전역 혹은 퇴역할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항공 분야에서 Water Canon Salute ... 모욕을 주기 위한 물세례가 아닌 축하를 위한 물세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