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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부문 오해 하나 - 기내에서 술 마시면 더 많이, 빨리 취한다?

마래바 2013. 1. 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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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지상에서 보다 기내에서 마시는 술은 더 많이, 그리고 많이, 빨리 취한다고들 한다.

그렇게 알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고고도에서는 산소가 희박하기 때문에 뇌로 전달되는 산소량도 부족해져 쉽게 졸립게 된다. 그래서 높은 고도에서는 더 빨리 취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응기간(48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술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들 충고한다.

일견 그럴듯한 논리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높은 고도에서 마시는 술이 지상에서 보다 더 많이 취한다고 하는 선입견은 1930년대 R.A. McFarland 라고 하는 콜럼비아 대학 심리학자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고도(Altitude)에 따라 알코올이 조종사에게 끼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수년 간의 연구 끝에 그는 '고도 1만 혹은 12,000 피트에서의 두, 세잔의 칵테일은 지상에서의 네, 다섯잔의 칵테일이 주는 영향과 유사하다.'고 결론 내렸다.  즉 지상에서보다 높은 고도에서 마시는 술이 더 많이 취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주장은 이후로 오랜동안 굳건한 진실처럼 믿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의 여러 연구에 따른 결과는 전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도(Altitude)는 알코올이 신체에 끼치는 영향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호주의 연구진은 젊은 등반가를 대상으로 고도 1만 피트와 지상에서 각각 알코올을 섭취하도록 실험하고 결과를 도출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는 양쪽 환경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또한 1970년대 후반 미 연방항공청(FAA)은 조종사의 조종간 실험을 통해 12,000 피트 고도에서의 음주 후 반응과 지상에서의 음주 후 반응에서 의미할 만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1990년대 오스트리아 연구에서도 1만 피트 상공, 그리고 지상에서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차이가 없다고 밝혀졌다.

1987년 한 연구 실험에서는 1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12,500 피트 상공, 그리고 지상에서 알코올 미섭취, 섭취한 후 음주 측정 판독해 보았으나 별 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12,500 피트: 78 mg %, 지상: 77 mg %)

기내에서의 음주가 끼치는 영향은? 기내에서의 음주가 끼치는 영향은?

현재 민간 항공기는 최대 4만 피트의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지만, 기내 압력은 8천 피트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1만 피트, 12,000 피트 보다는 훨씬 나은 환경으로 알코올로 인한 영향을 더욱 미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흔히 우리들이 기내에서의 알코올 섭취 시 느끼는 더 빨리 취하는 듯한 기분은 뭘 의미하는가? 연구가들은 고고도(저압력)에 따른 두통이나 졸리움 등 흔히 고고도에서 느끼는 증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이들 증상이 숙취 상태에서의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다른 영향으로 플라시보(Placebo: 일명 '위약효과'라고도 하는데 아무런 효능이 없는 약을 감기약이라 믿고 먹었을 때 실제 호전 현상이 나타나는) 효과도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실제 상기 실험에서도 실험 대상자에게 지상에서 측정함에도 불구하고 고도 12,500 피트라고 설명한 후 측정한 결과는 실제와는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는 오히려 고도에 따른 알코올 영향보다는 하루 중 시기에 따른 결과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났다. 아침에 섭취한 알코올은 다른 시간대 섭취한 알코올보다 더 큰 신체 활동 능력 저하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이 적용되고 나타나지는 않는다. 실제 술에 민감한 사람일 수록, 그리고 고도에 따른 신체적 변화가 큰 사람일 수록 술로 인한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8천 피트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는 경우 몸이 붓는 등 신체적 영향이 발생하는데, 앞서 언급한대로 약간의 고고도 증상(숙취 현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또 다른 영향(알코올)이 가세하게 되면 그 증상이 가속화될 것은 분명하다. (숙취 + 숙취 = 더 큰 숙취?)

이렇게 설명하고 나니, 뭐가 진실인지 애매해진다.  고도에 따라 더 쉽게 취한다는 말인지, 아니면 상관관계가 없다는 말인지 말이다. 실험적으로는 분명 고도에 따른 알코올로 인한 영향 차이는 없어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내라는 저압력 환경에 노출된 신체 환경에 또 다른 요소(알코올)가 가세하면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기내에서는 가능한한 술을 자제하는 게 좋다. 자칫 큰 봉변을 당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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