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거기 승무원! 새치기하지 말라니깐? 본문
얼마 전 일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 불과 1시간 여 앞두고 여 승무원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탑승구로 뛰어왔다.
다른 승무원들은 이미 항공기 안으로 들어가 출발을 위해 기내식, 각종 서비스 품목, 안전 점검 등을 위한 움직임에 분주한 시점이었기에 의아해 했다.
'아니! 왜 지금 오는 거죠?'
'출국 심사대를 통과해 들어 오려는데, 승객 한 분이 왜 새치기 하려 하느냐'며 호통치기에 줄 서 있다가 들어오느라 지금에야 도착했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새.치.기 ........... ?'
항공기 승무원은 비행을 위해 일반 승객과는 다른 줄 (같은 줄을 이용한다고 해도) 이용해 출국 심사대를 빨리 통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당연한 절차다. 비행을 위한 준비 때문에 미리 일찍 항공기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마도 줄 서 있던 여행객 중 어떤 분이 자신도 오래 기다려 짜증나는 찰나에 승무원이 출국심사대 통과하는 장면을 새치기 하는 것으로 오해했었던 모양이다.
요즘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손님이라는 존재가 '왕(王)'을 넘어서는 공포스런 '염라대왕'으로까지 느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칫 손님의 비위를 건드렸다가 다른 경로로 회사에 '불만'이라도 제기하는 날이면 별다른 잘못 없는 경우에도 일단 '죄인'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손님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절차나 규정이 아닌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괜한 '불만' 듣기 싫어 안되는 것도 '안된다' 말하기 쉽지 않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지 비행을 위해 신속하게 출국심사대를 통과해야 할 승무원인 주변 승객의 호통 한 마디에 일반 승객들처럼 줄 서 있다가 출국심사대를 통과하다니, 이 초보 승무원 어지간히 간이 '쫄렸던' 모양이다.
승무원은 본인의 신분을 밝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미리 항공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임을 설명했어야 했다. 아마도 어쩌면 호통친 그 승객은 자신과 같은 일반 승객이 새치기 하는 것으로 오해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설마 승무원이 먼저 들어가는 것을 새치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설명, 변명도 하지 못하고... 이 초보 승무원, 고객님의 호통 한 마디에 고양이 앞에 쥐 처럼 말 한마디 못하고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발 동동 구르며....
다행히 항공기 출발 시각 전에 도착했기에 망정이지, 더 늦었으면 자신이 일해야 할 비행기는 이미 떠나 버리고 없었을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러저러 하다고 미리 관계 직원들에게 알려놓은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거기 승무원! 새치기 하지 말아!'
한 마디 호통에 가슴 쫄리는 그대여, 목이 긴 아니 새가슴으로 슬픈 서비스업 종사자들 .....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