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조종사 한 명으로 비행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본문
몇 년전 유럽의 한 항공사 회장이 기상천외한 발언을 했다.
'현행 여객기에 조종사 한 명만으로 운항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주인공은 다름아닌 아일랜드 저비용항공사 Ryanair 회장인 오리어리(Michael O'Leary)다.
[항공소식] 조종사 한 명만 태우자는 라이언에어 (2010/09/08)
워낙에 평소 엉뚱한 발언과 기괴한 행동으로 유명한 인물이었기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항공 관계 당국은 물론 일반인들로부터도 비웃음을 샀다. 그리고 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실제 조종사 한 명만으로도 여객기의 현실적인 비행이 가능한 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이 진행하는 ACROSS (‘Advanced Cockpit for Reduction of StreSs and workload’) 라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에어버스, 보잉 등과 같은 항공기 제작사들을 비롯해 35개 산업분야와 연구소들을 파트너로 3천만 유로의 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종사들에게 끼치는 스트레스와 업무량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를 목적으로 하는데, 크게 조종사의 능력(효율성)이 끼치는 항공안전과, 그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종사의 마지노선은 몇 명인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일반 상업 항공기의 조종사 기본은 2명으로 되어 있다. 한 명으로도 조종은 가능하나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조종사의 수는 2명이라고 관례화하고 있다.
하지만 ACROSS 는 현행 2명으로 운영되는 조종사 구성을 한 명의 조종사와 나머지는 항공기 시스템으로 대신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즉 부조종사의 역할을 항공기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방안이다.
항공기 시스템이 더 발달하면 조종사 한 명으로 충분?
현재 비상업용 비행기의 경우에는 탑승해야 하는 조종사 수가 규정화되어 있지 않다. 대개는 한 명의 조종사로 비행기가 비행한다. 하지만 대부분 개인용 소형 비행기다.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개인용 비행기 조종과 비교할 수 없으며, 조종사 한 명에게 맡기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듯 지상 교통 수단, 특히 버스 등은 운전수가 2명인 경우는 없다고 항변한다. 시스템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라이언에어 회장인 오리어리가 '조종사를 한 명만 태우자'고 주장했을 때만 해도 정신나간 소리라 생각했는데, 실제 그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조종사들을 비롯한 일반적인 여론에서는 조종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은 '위급한 상황일 때'이므로 절박하고 위급한 상황을 시스템으로만 벗어나긴 어렵다고 주장한다. 99% 가 일반적으로 안정된 상황이라 할 지라도 1%의 위급한 순간을 위해서 조종사는 2명, 즉 백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상업용 제트 여객기들은 이미 고도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어, 비행하고 있으며 위급한 순간, 즉 장애물이나 전방의 구름 떼 등에 대해 시스템으로 조절, 회피하고 있는 것이며 조종사의 능력으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하긴 예전에는 항공기에 조종사, 부조종사 외에 항공기관사가 함께 조종석에 앉아 비행했다. 조종사와 부조종사는 비행에만 집중하고, 항공기관사가 항로, 기상을 확인하고, 비행 중 각종 시스템 장비 등을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항공상식] 조종실, 조종사 외에 다른 승무원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항공기 시스템의 발달로 사라져가는, 아니 거의 사라진 직업이 되었다.
'조종사를 한 명만 태우자'
이처럼 지금은 황당하고 불가능하게 들릴 지 모르는 이 주장이 어쩌면 머지 않은 미래에 현실화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