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여의도 면적은 왜 제 멋대로인가? 본문
여의도(汝矣島)
우리나라 정치의 중심지이자, 금융의 중심지역이기도 한 이 여의도의 원래 이름은 '너섬'이었다고 한다.
비가 와 홍수라도 나면 잠겼다 말았다 하는 이 섬을 보면서, 저걸 섬이라고 해야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하다가 인심쓰는 셈치고, '에라 너도 섬이다' 라고 불렀다.
또한 아무 쓸모없는 이 섬을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다 해서, '너나 가져라 저 섬' 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홀대받던 섬이었던 여의도가 개화기를 거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인 1916년 이 쓸모없던 땅, 여의도에 비행장이 건설되었다. 이 여의도 비행장은 일본-한국-만주를 잇는 항공수송의 요지로 급부상하면서 크게 확장되었고, 해방 이후, 1953년부터 대한민국 국제공항으로 사용되면서 여의도는 대한민국 관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1958년 김포공항이 건설되면서 대한민국 대표관문의 역할을 넘겨주게 되었고, 1971년까지 군공항으로서만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1950년대 여의도 비행장 겨울 모습
그러던 여의도가 1966년,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이 발표 후,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게 되면서 일반인들이 본격적으로 거주하는 시대로 들어서게 된다.
한때 5.16 광장이라고 부르던 여의도 광장은 국가적 대형 행사나, 국군의 날 퍼레이드 등이 열리는 단골 장소였으나, 1990년대 말, 지금의 여의도 공원으로 바뀌게 되었다.
오락가락하는 면적 기준 |
우리 딸은 키가 작다. 우리 딸은 키가 크다. ???
뭔가 앞뒤가 안맞는 말 같지만, 둘다 맞는 말이다. 키가 크거나 작다고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말이다.
우리 딸은 키가 작다. 나보다... 우리 딸은 키가 크다. 동생보다... ^^
우리는 흔히, 특정 장소의 면적을 이야기할 때 '여의도 면적의 몇 배'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많고 많은 장소 가운데 왜 여의도라는 지역을 기준으로 면적을 이야기하는 지는 정확지 않지만, 어쨌거나 이 '여의도 면적의 몇 배'라는 비교 표현을 통해 단순히 수치로 표현될 때 애매모호할 수 밖에 없는 크기(면적)를 대략이나마 짐작하게 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 특히 언론을 통해 듣는 내용 중에 이 '여의도 면적'을 이용해 표현하는 땅의 면적과 관련해 이상한 점이 눈에 띈다.
세계일보
매일경제
매일경제
조선일보
서울경제
중앙일보
한국경제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겠지만, 같은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서도 8.4㎢ , 2.95㎢ 등 제각기 다른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아니, 여의도 면적이면 한가지일텐데, 이렇게 각각 다른 기준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70년대, 2000년대 여의도 모습
우선 8.4㎢ 라는 크기는 여의도라는 현재 행정구역상의 면적을 의미한다. 여의도 제방 안쪽면적, 여의도 제방 밖 한강시민공원, 생태공원, 밤섬 일부 및 하천바닥을 포함한 전체 면적을 얘기하는 것이다.
그럼 2.95㎢ 라는 크기의 여의도 면적은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위에서 잠깐 살펴본 것처럼 여의도는 1966년 한강개발계획 발표에 따라 70년대 당시 모래섬에 불과했던 여의도 주변을 제방을 쌓아 육지화시켰는데, 이 제방안 면적이 2.95㎢ 였고, 이 면적 위에 여의도 신도시가 건설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볼 때 '여의도 면적의 몇 배' 라는 표현은 여의도 신도시가 생긴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었기에, 여의도 신도시 최초 면적인 2.95㎢ 를 기준으로 삼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용하는 면적 기준은 한가지로 통일해야 |
그러나 일부 매체는 사람들은 '여의도 면적'을 이야기하면서 처음에 사용했던 기준(2.95㎢)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의 여의도 면적(8.4㎢)을 이용하곤 한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을 크고 넓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인지, 2.95㎢ 를 기준으로 삼기도 해 혼란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공원
이번에 새로 해제된 군사보호시설 지역을 언론들은 여의도 면적의 72배 등으로 표현했지만, 실제 현재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여의도 면적의 25배' 정도로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같은 단어를 사용해 서로 다른 면적을 표현한다면, 내막을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단순히 '여의도 면적의 몇배'라는 것만으로 상대적인 사이즈나 면적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준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1960년대에 언급한 1m 라는 거리 기준이 2000년대의 1m 거리 기준과 다르다면 그건 이미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제 세월도 많이 지나고, 면적을 이야기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여의도도 많이 변한만큼 이 '여의도 면적'이라고 하는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8.4㎢ 이건, 2.95㎢ 이건 말이다.
어짜피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다른 표현 기준을 만들어내더라도 보편화될 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여의도 면적'을 면적 표현의 기준으로 사용하되, 적어도 기준이 되는 면적만큼은 통일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의 여의도 면적인 8.5㎢ 라는 크기는 앞으로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행정구역이 개편되면 필연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여의도 면적' 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던 시절의 면적(2.95㎢)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가능한한 '여의도 면적'이라는 표현과 실제 면적수치를 병기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