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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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댓글의 폐해, 최진실, 그리고 블로그

마래바 2008. 10. 5.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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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상 존칭은 생략했음을 양해 바랍니다.)

끔찍하고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다.

며칠 전, 근 20년 동안 국민 스타로 활동하던 유명 연예인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자살을 선택한 원인이 한두가지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자살이라는 길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결국 이 충동적인 감정 또한 이전 과거의 사건부터 쌓여 온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진실의 자살 원인을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친한 동료였던 정선희의 남편인 안재환이 자살한 것과 관련해서 그 원인으로 지목된 사채를 최진실이 차명으로 빌려주었고, 결국 그 사채가 원인이 되어 안재환씨가 자살했다는 것이다.

즉, 최진실의 사채가 안재환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하는 것인데, 이런 소문은 증권가에 퍼져있던 소문을 한 증권사 여직원이 정리해 인터넷에 배포함으로써 그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최진실 본인은 물론, 그 가족들조차 안재환에게 사채놀이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인터넷이라는 속성상 그 소문은 진화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전 남편과의 불행한 이혼과 스타로서 인기를 유지하는데 대한 불안감 등의 원인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아 온 최진실은 친한 동료 남편에게 사채놀이를 해, 결국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파렴치한 인간이 되어 버렸으며, 이런 사실은 본인의 우울증과 복합되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인터넷은 소통의 장(場)


인터넷의 기본 정신은 소통과 정보의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최초 인터넷이라는 물건(?)이 등장한 것도 학자들의 연구 내용과 실적을 서로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시스템에서 출발한 것이다.

소통이란, 남들이 내 말을 이해하고, 나 또한 남들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이란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나?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어떤 한 주제나 사건에 대해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대표적인 방법이 댓글이다.  'Reply', '리플', '댓글', '답글' 정도의 표현으로 나타나는데, 여기에서 나타나는 그대로 누군가의 의견이나 사건에 대한 회신, 생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살로 짧은 생을 마친 배우 최진실

결국 자살로 짧은 생을 마친 배우 최진실

이 세상 어디에나 어느 것에서나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이 있다고 하는데, 인터넷의 이런 댓글 문화 또한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인 댓글을 자신의 감정 배출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문제다.  흔히 '초딩' 이라는 표현으로 어리석고 철딱서니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정작 '초딩'은 얼마 없다는 사실이 얼마 전 다른 사건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남 부럽지 않을만한 직장인이나, 가정 주부, 대학생, 심지어는 성직자까지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역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 것이다.

누가 나를 보지 않고 인식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에는 결단코 '이성적인' 사회적 활동을 기대하기 힘든 모양이다.  심신이 멀쩡한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싸움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상대방에 대해 말을 가려서 아껴 한다.  아무 생각없이 내뱉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은 어떻게 느낄까?'
'혹시 나를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어떻게 이야기해야 내 뜻을 오해없이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 말과 행동을 절제라는 틀 안에서 나타내게 된다.

그러나 군중 속에 숨어서, 나라는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성적인 표현이나 행동보다는 '즉흥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는 것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유에 대한 책임감은 뒷전인 인터넷 소통


이번 최진실 이라는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그녀의 홈피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데,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너 잘 죽었다', 'xxxx 아, 그러니까 이혼 당했지' 이런 댓글들이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도저히, 도저히 인간의 심성으로는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을 당한 사람에게 이런 말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진정 사람이라는 모양을 한 생명체가 할 일인가 말이다.  애통하기 짝이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일명 '최진실 법' 제정을 놓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인터넷 모욕죄라는 것을 신설해,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권력 수하에 두고 통제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는 측과의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이 '최진실 법'의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러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자칫 정당한 목소리, 권력과 부조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마저 통제의 틀 안에 두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 주된 주장이다.

이 의견도 어느정도 정당성과 합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재도 제한적이지만, 인터넷 실명제가 운영 중이다.  이런 인터넷 실명제를 누가 만들어 냈을까?   다름아닌 우리다우리 스스로가 인터넷 실명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스스로 자정하지 못하고, 무절제한 의견 남발을 통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모욕죄 신설에 대해 무조건 반대 목소리를 내기 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상태를 그냥 내버려 두기에는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다빈이 그랬으며, 유니의 홈피에는 '인조인간'이라는 등의 욕설마저 난무했었으며, 이번 최진실의 자살 또한 이런 댓글과 그 댓글로 인한 인터넷 소문이 그 주된 기폭제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진 괴물처럼 변해버린 댓글 문화를 개선할 뭔가 조치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최진실 자살 이후, 인터넷 포털 싸이트의 연예 소식란의 댓글을 폐쇄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죽는 방법을 모방하는 모방 자살이 증가한다고 하니,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추가 불행을 막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댓글은 사건이나 어떤 사실에 대한 반응을 통해 상호 소통하는 기본 수단 중의 하나인데, 언제까지고 댓글을 차단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완전 실명제를 통해 낯낯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며 인터넷 소통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비교적 높은 표현의 자유와 소통 기능을 가진 블로그


개인적으로 현재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다.  다른 것은 차치해 두고서라도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또 그 이야기에 대해 다른 이들과의 소통과 커뮤니케이션 하기에 이만한 툴도 없다는 생각이다.  생겨난 지 얼마 안되는 블로그라는 툴이지만, 점차 인터넷 세계에서 그 위상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저 개인의 소소한 기록을 담은 일기장에서 시작해, 본격적인 미디어의 역할로까지 영역이 넓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자신의 생각을 비교적 솔직하게 블로그에 쏟아 놓는다.  연예 문화에 대한 감상부터 시작해, 정치/사회에 대한 쓴 독설까지 그 주제와 내용, 그리고 그 수위도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적어도 블로그에서만큼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는 적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을 향해 '개XXX' 라는 욕을 늘어 놓아도 어느 블로거 하나 정치권으로부터 감시를 받았다거나, 제한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표현의 자유도는 높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자유도를 바탕으로 블로그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블로그는 비록 실명은 아니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적어도 신비주의 가수처럼 숨어서 자신을 완전히 숨기고 블로그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그에 올리는 생각의 자유도는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얼핏 이런 생각을 해 본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적어도 포털과 대형 게시판에서의 댓글을 제한하는 대신에 자신의 블로그 트랙백을 통해 기사에 대한 자신의 생각(댓글)을 달게 하거나, 댓글을 달 때에도 자신의 블로그 주소를 남기게 강제함으로써 책임성과 확실성을 강화하는 방법을 언뜻 떠 올리게 된다.

인터넷 기사에 욕설과 비방만 쏟아놓고 떠나버리면 그만인 현재, 그런 의견을 남긴 사람에게 뭔가 말을 하고 싶어도, 해당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의견을 남기고 그런 의견이 해당 기사에 자연스럽게 남는다면 적어도 서로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함으로써 또한 보다 절제되고, 다듬어진 의견이 만들어지게 될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만약 블로그(혹은 이와 비슷한 시스템)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람, 혹은 자격없는 사람 정도로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시스템에서 부족하고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트랙백을 달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고, 즉석에서 댓글을 입력하는 것보다는 적어도 번거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보완하고 개선한다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욕이든 칭찬이든 적어도 자신이 내 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은 져야 하고, 또 그에 반하는 의견도 듣는 의무도 져야 할 것 아닌가 말이다.

하도 세상이 시끄럽고, 남에게 상처 남기는 쓸데없는 말들이 너무 쉽게 남발되는 것을 보니, 별 희한한 생각을 다 해본다. ^^;;


자신의 자유를 자기 스스로 꺾거나 막는 행동은 하지 말자.  누구나 이해될 만한 말을 하고 주장을 해야 인정할 만하지, 쓰레기 같은 배설물을 쏟아 놓느다면, 말 그대로 혐오감 일으키는 배설물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아니 상대방을 죽이는 흉기로서의 역할로 남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자율적으로 개선되지 않을 바에는 차라리 어느 블로거의 주장처럼 아예 인터넷에서 댓글 기능을 없애 버리는 편이 더 효과적일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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