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비행기 안에서 태어나면 국적은 어디? 본문
2008년 12월 31일, 네덜란드를 출발한 노스웨스트 항공 59편에는 승객 124명이 탑승했다.
그런데 이 비행편이 보스톤에 도착했을 때는 125명이 되었다. 무슨 일이었을까?
이 글 제목으로 대충 눈치챘겠지만, 이 비행편이 미국 보스톤으로 날아오는 도중 비행기 안에서 아기가 태어났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우간다 국적의 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지만, 목적지인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비행기 안에서 예상보다 일찍 아기를 출산했던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아기를 낳은 우간다 여성
8시간 날아가야 하는 비행 시간 중 6시간 쯤 지나자, 임신한 우간다 여성이 승무원을 찾았다.
'혹시 이 비행편에 의사가 타고 있는 지?'
이 여성의 상태와 의사를 찾는 상황을 직감한 승무원은 기내 방송을 통해 의사를 찾기 시작했고, 다행히 의사를 확보할 수 있어, 그 도움 끝에 무사히 아기를 받아낼 수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 힘찬 울음을 터뜨리자, 기내의 모든 승객들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고..
비행기 안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일단 사샤(Sasha)라는 이름이 붙혀졌으며, 6.5 파운드(2.95kg)의 건강한 상태였다고 한다.
참,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축하받을 일이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태어난 아기도 드물겠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기내 상황을 승무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조종사는 상당한 고민을 했었을 것이다. 산모의 상태에 따라, 기내에 의사가 없기라도 했다면 그야말로 인근 공항으로의 회항(Diversion)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상식] 혹시 의사 선생님 계신가요? / 항공여행과 의사 (2008/03/11)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태어난 아기의 국적은? |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비행기를 타고 비행하다가 태어난 아기는 국적이 어딜까?
이 사례에서 볼 때, 어머니 국적을 이어받아 우간다? 아니면 아기가 태어난 시점에 항공기의 위치인 캐나다? 아니면 미국 항공사였으므로 미국? 참 애매하고도 궁금하다.
이 아기의 국적이 어떻게 정해질런지는 국적이 어떻게 정해지는 지 원칙을 먼저 참고해야 한다.
국적은 각국마다 정해진 법률과 원칙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나 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국적 부여 원칙 때문에 국적을 놓고 갈등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한다.
국적이 정해지는 대표적인 기준으로 속지주의(屬地主義, Territorialprinzip)와 속인주의(屬人主義, Personalprinzip) 원칙을 들 수 있다.
즉, 태어난 장소에 따라 국적이 부여되느냐(속지주의), 태어난 장소와는 상관없이 부모 국적에 따라 국적이 정해지느냐(속인주의) 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한가지 기준만을 적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겠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원칙과 기준 때문에 이중 국적 혹은 무국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속인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즉 어디서 태어나든 장소에 상관없이 부모 국적이 한국이면 태어난 2세도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 태어났다 할 지라도 부모 국적이 한국이 아니면 아기에게도 한국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자국 영토 안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무조건 미국 국적을 부여하는 이른바,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간혹 일부 부유층의 미국 원정출산이라는 우스운 행태가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중 국적? 아니면? |
이번 에피소드처럼 미국으로 향하는 미국 국적 항공기 안이었지만, 태어난 실제 장소는 캐나다 영역이었고, 부모 국적이 우간다였는데, 이 아기의 국적은 어디로 정해져야 할까?
미국에 도착해 병원으로 옮겨지는 아기
캐나다와 미국 모두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는만큼 이 두 국적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우간다 국적까지 포함해 세가지 국적들이 혼재되어 혼란이 생긴 셈이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특히 국제선의 경우는 비행기 안에 들어서면 목적지 국가의 영토로 생각한다. 실제 출발지 국가의 영토지만, 국제선 공항, 특히 출국 심사대 이후 공간은 공역(公域)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치외법권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면 이미 미국 영토에 있는 상황이므로 미국 국적을 부여해야 하는 것이나, 실제 이 항공기가 통과하던 위치는 캐나다 영공이었으므로 캐나다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우세한 상태다.
따라서 노스웨스트 항공 59편에서 태어난 이 아기는 적어도 2개의 국적은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어머니 국적인 우간다, 그리고 항공기 통과 지역이던 캐나다 국적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행, 미국적 항공기에서 태어난 아기이므로 미국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궁금하다. 자칫, 2개의 국적을 지닌 이중(二重)국적이 아닌 3중(三重)국적을 보유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
- 이전 댓글 더보기
-
아름다운청년 2009.01.07 09:52 제가 알기로는... 일단 태어난 시점의 영공이 속지주의면 그 나라 국적을... 속인주의면 부모국적을... 공해상인 경우는 항공사 국적을 적용하는 걸로 이미 합의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나부네요...
-
마래바 2009.01.07 11:56 신고 네, 이번 경우도 태어난 위치인 캐나다 영공을 기준으로 캐나다 국적을 부여하는 것이 유력합니다만, 일부에서 미국 국적 얘기도 나오고 있어서 말이죠.. ^^
감사합니다.. -
구름마을 2009.01.07 09:54 각국의 국적법이 상이한데서 오는 묘한 케이스군요... 그보다는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다는데 축하를 보냅니다^^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마래바 2009.01.07 11:57 신고 산모와 아기 건강한게 가장 축하할 일이죠..
국적이야 그 다음 문제고..
이렇게 읽어 주시니 제가 오히려 감사합니다. ^^ -
-_- 2009.01.07 10:27 제 어릴때 친구도 미국 가는 비행기에서 태어났죠. 걔도 그래서 미국 국적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뭐하려나...
-
마래바 2009.01.07 11:57 신고 그렇군요..
그 친구분한테 여쭤보세요.. 혹시 항공사로부터 혜택 받고 있는 건 없는 지 말입니다. ㅎㅎ -
효리 2009.01.07 10:40 우간다 미국 캐나다 국적을 다 가지면 않되나?
아님 하늘나라에 국적신청하든가?? -
마래바 2009.01.07 11:58 신고 빙고~~~
하늘 국적..
아마 최고의 선물 아닐까 싶네요.^^ -
배정훈 2009.01.07 10:51 재밌는 뉴스네요. 유익한 기사 감사합니다.
-
마래바 2009.01.07 11:58 신고 오히려 감사합니다.^^
-
youngjr 2009.01.07 11:31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비행기 타고 여행갈 생각을 하다니 대범하네요. 저희 부부는 엄청 조심스러워서 와이프 임신했을 때 제대로 여행도 못다녔던 생각을 하면.. 나라마다 다른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암튼 산모 아기 모두 건강하면 좋겠네요.
-
마래바 2009.01.07 11:59 신고 의외로 많습니다.^^
임신 32주를 넘겨 거의 9개월이 된 산모도 비행기 타고 10시간 이상 날아간다고 공항에 나오는 분도 간혹 있다죠? ^^;; -
rince 2009.01.07 11:49 게다가 12월 31일 출생이라니... 날아가고 있던 위치에 따라서는 1월 1일생이냐, 12월 31일생이냐 논란도 추가될뻔했네요. 정말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
-
마래바 2009.01.07 12:02 신고 그러게 말입니다. ^^
꽤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우리 나이로 치면 태어나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2살이 되는 셈인가요? ㅋㅋ -
형벌의사슬 2009.01.07 12:08 한국은 다중 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지만 다른 국가들은 인정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 아기의 문제는 국적이 3중이 되느냐? 2중이 되느냐?의 문제? ㅡㅡ;;; 부럽당 ㅠ.ㅠ
-
마래바 2009.01.07 12:55 신고 우리나라도 이중 국적을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인정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국적이 여러개 있다는 게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데 말이죠.. -
comburger 2009.01.07 12:36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아참, 궁금한 게 있는데요...
본문에 사용하신 글꼴은 무슨 글꼴인가요?
보기 좋은데요. -
마래바 2009.01.07 12:56 신고 아마 익스플로러에서 보시면 기존 글꼴과는 조금 다른 모양의 글씨체가 나오는데요..
우리글닷컴 이라는 곳에서 만든 '우리새봄'체라고 합니다.
웹폰트죠.. ^^
감사합니다. -
빨간여우 2009.01.07 14:05 말그대로 'Air Born'이군요...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서로의 법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인 것 같은데, 국적을 3개나 가지게 된다면 엄청 복 받은 아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커서는 자기가 살 곳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우리의 원정출산은 그리 환영받지 못할 행태인 것 같습니다. -
마래바 2009.01.07 15:01 신고 군대도 아니고.... 에어본이라.. ㅎㅎ
원정출산은 불순한 목적으로 하는 것인만큼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
어설프군YB 2009.01.07 14:21 이글 다음 메인에도 걸려 있던데.. 대박인데요. ㅎㅎ
이런 상황이 있을수도 있군요..
애낳을땐 비행기 타는게 위험하다는데..
정말 조심해야 겠어요. ㅎㅎ
혹 미국 국적을 가지고 싶다면..
애기 날때쯤 미국가도 되겠네요. ㅎ -
마래바 2009.01.07 15:05 신고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도 참 많습니다.^^
아기 가졌을 때는 늘 조심해야겠죠? :) -
어설프군YB 2009.01.07 16:22 네.. 정말 그런것 같습니다. ㅎㅎ
아기 가졌을땐 당연히 조심해야죠.. ㅎㅎ
암튼 전 가능하다면.. 위험을 무릎쓰고라도..
미국국적 안겨주고 싶긴 하더군요..
(비록 욕을 얻어 먹을 지언정 자식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주고 싶어서 말이죠. ㅎ) -
쁘리띠 2009.01.07 14:28 ㅋㅋ 궁금한 내용이었었는데..해결되었어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
마래바 2009.01.07 15:07 신고 국적이라는 게 민감한 문제죠..
어쩌면 저런 경우는 자신이 국적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감사합니다. :) -
패닝홀릭 2009.01.07 15:55 하다 못해 축구 시뮬 게임을 하면서도 다중 국적의 장점을 항상 사무치게 느끼는데,별다른 문제 없이 3개 국적을 가지게 될 수도 있는 아이니 어떻게 보면 참 복받았네요 -_-;;
-
마래바 2009.01.07 15:58 신고 축구 시뮬에도 그런 면이 있는 건가요?
호오~~~ 신기하네요.
어쨌거나 만약 국적 3개를 가진다면... 축복인건가요? ㅋㅋ -
양깡 2009.01.07 16:34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전 비행기 타다가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딱 해답이 되는 포스트네요~!
-
마래바 2009.01.07 17:07 신고 우연히 비슷한 사례가 발생해 알아본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블로그 운영하면서 이래저래 공부도 많이 하게 되네요. ㅋㅋ
남들보면 이 분야에 박식한 줄 알겠습니다만.. ^^;; -
인생 2009.01.07 22:56 ㅎㅎㅎ재미있는 현상이네요,,속인주의 속지주의 또한가지 상식을 익히고 가네요 ㅎㅎㅎ
-
마래바 2009.01.08 06:24 신고 원정출산 등으로 이미 어느정도 알려진 내용이긴 합니다만, 원칙이 궁금했었습니다. ^^;;
-
나인테일 2009.01.08 00:26 어지간한 세계 사람들은 받기도 힘들다는 미국과 캐나다 국적을 한 큐에 get?....
.....뭔가 대단히 수지맞았다는 느낌이로군요...;; -
마래바 2009.01.08 06:26 신고 수지? ㅋㅋ
좋은 기회를 얻긴 한 것 같아요.. 나중에 어떻게 활용될 지몰라도 말입니다. -
형벌의사슬 2009.01.08 01:15 우리나라가 다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것은 병역문제때문인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중국적이 병역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걸 막기위한 조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돈있는 놈들은 어떻게든 다 빠져나가더군요.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겟나.. ㅠㅠ 엉엉..(04군번)
-
마래바 2009.01.08 06:30 신고 네, 우리나라에서는 병역 문제가 큰 이유 중의 하나죠.
유승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말로 그렇게 설레발(?) 떨지 않았어도 그냥 그렇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가수였는데 말입니다.^^;; -
Pietro 2009.01.08 10:03 아! 항공사경영론 시간에 배운 내용이 나오니 꽤 반가운데요? 정말 이런 경우는 복잡한 문제인듯 싶어요.. 아무래도 그냥 간편하게 3개국의 국적을 주면 좋겠지만, 그건 또 아니겠죠? 하하..
-
마래바 2009.01.08 11:18 신고 관련 공부를 하신 분이군요..
저는 전공이 아니라.. ㅜ.ㅡ
사실은 저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ㅎㅎ -
꼼이 2009.01.15 09:14 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캐나다에선 캐나다국적을 줄 거라고 뉴스에 나온 것 같아요.
그런데 추천버튼을 누르면 추천수는 올라가는 것 같은데 제이름은 왜 입력이 안 되는 걸까요? -
마래바 2009.01.15 09:19 신고 네, 여러 경로에서 캐나다 국적을 부여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더군요..
설마 3중 국적이 되지는 않겠죠..
늘 감사합니다. -
Nios 2009.11.30 19:28 연합뉴스에 기사로 올라왔던데, 기사 내용으로 제공하신 건가요? ㅎㅎ;;
http://issue.media.daum.net/culture/hitchhickers/view.html?issueid=4511&newsid=20091130091812487&p= -
마래바 2009.12.02 12:53 신고 글쎄요.. 제공한 적은 없는데..
뭐 팩트 가지고 기사를 쓴다면야.. 큰 문제가 있으려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