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항공기 연료, 아무데나 버려? (덤핑 현장 포착) 본문
요즘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거대 금융회사들이 무너지고, 합병되는 모습 속에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의 기업들도 인수 합병의 물결 속에 휩싸여있다.
항공사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영 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국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입장이다. 이런 항공사들의 어려움은 지출되는 막대한 비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비용 대부분이 항공기 연료를 사용하는 데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행기는 연료 버려야 산다 ^^
그런데 항공기가 기름(연료)을 그냥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아무리 값비싸고 귀한 기름이라 하더라도 항공기 안전, 인명 안전보다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기름을 그냥 버리는 것이 아깝더라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져 수십,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항공기는 뜰 때와 내릴 때의 무게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이륙했다 하더라도 일정 시간 비행하면 연료가 소모되는 만큼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뜰때 보다는 내릴 때 더 많은 충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륙할 때 B747 항공기가 최대 388톤 무게였다고 하더라도, 내릴 때는 285톤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이륙할 때 388톤 무게가 주는 충격이 착륙할 때 285톤 무게가 주는 충격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위 링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항공기는 다량의 연료를 싣고 있지만, 착륙 허용 무게를 초과해서는 착륙할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착륙허용 무게만큼 줄여야 한다.
정상적인 거리를 비행했다면야 날아가는 동안 연료를 그만큼 소비했으니 자연스럽게 무게가 줄어들겠지만, 이륙하자 마자 다시 착륙해야 하는 경우에는 항공기 무게를 강제로 줄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람이나 짐을 던져 버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항공기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연료를 버리는 길 뿐이다.
지난 4월 29일 미국 시애틀 Sea-Tac 공항을 출발해 인천으로 운항하려던 아시아나 항공 B777 항공기가 이륙하자마자 시애틀 Sea-Tac 공항으로 되돌아 와 비상 착륙한 적이 있다.
이륙하자 마자 한쪽 엔진에 이상이 생겨 계속 비행할 수는 없었던 것이 그 이유인데, 이때도 당연히 항공기에서 연료를 버려야 했다. 인천까지 비행하는데 필요한 다량의 연료를 싣고 있었으나, 출발지인 시애틀 공항에 착륙하기에는 항공기 무게가 너무 무거웠기 떄문이다. 그래서 착륙허용 무게까지 줄이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연료를 버렸으며, 당시 이 항공기가 연료를 버리는 Fuel Dumping 장면이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혀 위 설명에 도움될 것 같아 소개한다.
요즘은 예전과는 달리, 희귀한 장면들도 생생하게 잘 기록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예전엔 의도된 상황을 제외하고는 이런 연료 배출 (Fuel Dumping) 장면 보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말이다.
동영상에서도 잘 보면 알겠지만, 연료가 양쪽 날개 뒤쪽 중간부분에서 배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곳에 비상 시 연료를 배출하는 배출구가 있다.
비상 시에 연료를 밖으로 쏟아 버리는 연료 배출구
아시아나 항공이 비상착륙 했던 B777 기종의 연료 배출(덤핑) 장면
또한 항공기가 불가피하게 연료를 강제로 배출해야 할 때는 몇가지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 다른 항공기가 지나 다니는 항로 상에서는 연료를 배출할 수 없고,
- 위에서 아래로 하강 하면서 연료를 배출해서는 안되고,
- 공항 인근 구역마다 정해진 배출 구역이 있어 해당 장소에서만 연료를 배출할 수 있다.
그리고 배출된 연료가 지상에 닿기 전에 증발되도록 해야 하므로 고도 6,000 피트 이상의 상공에서만 배출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저렇게 배출되는 연료를 돈으로 생각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 보겠지만, 항공기와 승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므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것이다. 배출된 연료가 다량인 경우, 그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비용 많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