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비행기 한번 착륙하는데, 소형 자동차 한대 값? 본문
슈우웅~~~~~ 비행기 한대가 일본 칸사이 공항(오사카)을 향해 날아 들어간다.
항공기가 구름을 뚫고 내려가자 바다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공항 활주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본격적인 착륙 준비에 들어간다. 랜딩기어를 펼치고, 엔진 추력과 플랩 각도를 조절해가며 항공기는 활주로로 미끄러져 내려간다.
쿠궁~~ !!!! 쿠와~~아~~앙~~~~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자마자 엔진 리버서(Reverser)를 가동시키자 자연스럽게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발생시켜 서서히 멈춰간다....
항공기를 지상에 세워두면 돈~~~~ |
비행기의 주 무대는 하늘이다. 하지만 하늘을 영원히 비행할 수는 없기에 언젠가는 땅에 내려 앉아야 한다. 대부분의 민간 항공기들은 한달(약 720시간)에 약 200 내지 많게는 400시간 가까이 하늘을 난다. 그 나머지 시간은 전부 지상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항공기 정비하는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항공 수요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공기는 지상에 있으면 있을 수록 (쓸데없는)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항공기는 하늘을 날며 돈을 벌 수 있지만, 지상에 있을 때는 시간과 돈만 소비한다. 지상에 있으면 있을 수록 항공기를 지상에서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B747 착륙 모습 (근데 활주로 폭이 너무 좁다. 실제 이런 활주로를 이용할 수는 없을듯)
그렇게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주기료(駐機料, 또는 정류료)다. 쉽게 말하면 자동차 주차비하고 같은 개념이다. 대한항공의 경우만 해도 120여대 거대한 항공기를 지상에 세워놓을 공간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항공기들은 공항에 세워놓을 수 밖에 없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주기료(Parking Fee)다.
얼마나 발생할까?
예를 들어 인천공항에 B747 항공기를 세워 놓는다면 8시간 기준으로 약 37만원의 주기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루 세워놓는다면 약 110만원 정도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제선)
그런데 각 나라, 공항마다 주기료는 서로 다르다. 대개 크고 복잡한 공항일 수록 비싸며, 한가하고 작은 공항일 수록 비용은 저렴하다. 이런 비용 차이까지 고려한다면 항공기를 하늘에 띄우지 않을 때는 작고 저렴한 공항에 항공기를 세워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항공기 운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비록 비싸더라도) 큰 공항에 세워놓을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활주로에 한번 내릴 때마다 수백만원 지불 |
공항은 대규모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 시설을 이용할 때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은 '공항시설이용료'라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적게는 몇 천원에서 많게는 몇 만원에 이른다.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사람 뿐만이 아니다. 공항의 대표적인 이용주체는 항공기다. 이런 항공기 또한 엄청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우선 앞서 언급한 주기료라는 것은 오히려 부가적인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승객이 탑승할 때 이용하는 탑승교(Boarding Bridge)라는 시설을 이용할 때는 물론, 항공기가 공항 전기를 끌어다 쓸 때도 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비용보다 더 중요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아닌 착륙료(着陸料, Landing Fee)다.
흔히 점보라고 부르는 B747-400 항공기의 무게는 약 380톤에 달한다. 물론 착륙할 때의 무게는 약 280톤
정도이긴 하지만, 이런 무게를 가진 거대한 덩치가 활주로로 내려앉는 충격은 적지 않다. 일반도로에서도 과적 차량을 규제하는 이유가
도로 파손을 우려해서인데, 무려 300톤 가까이 되는 항공기가 공중에서 내려 앉아 활주로가 받는 충격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할
정도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항에서는 항공기 운항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활주로를 기준으로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 다시말해 착륙료(Landing Fee)란 항공기가 어떤 특정 공항에 한번 착륙하는 데 지불해야 하는 사용료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착륙료라는 명칭으로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의미는 항공기 한대가 공항을 한번 사용, 즉 뜨고 내리며 공항 시설을 한번 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2008년 기준으로 B747 항공기가 한번 김포공항에 착륙하는데 약 300만원의 비용을 사용료, 즉 착륙료로 지불해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는 조금 더 비싸 약 340만원에 이른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저가 항공의 선두주자격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경영난으로 운항을 중지한 한성항공이 공항 사용료를 지불하지 못해 압류 조치 당했다는 얘기를 이해할 만하다. 착륙료는 물론이고 세워두면 둘 수록 증가하는 주기료는 날이 갈 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용료는 대개 항공기 크기, 무게를 기준으로 한다. 즉 크고 무거운 항공기일 수록 더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제트 항공기 중 소형 기종인 B737 의 경우를 보면 인천공항의 경우 착륙료는 약 70만원 선이다. 즉 B747 대형 항공기에 비해 사용료도 항공기 무게(약 80톤)인 약 5분의 1 수준인 것이다.
340만원.... 적지 않은 돈이다. 대기업 중견 간부 한달 월급을 상회하는 큰 돈이다. 이런 큰 돈이 항공기가 한번 활주로에 내려 앉을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금액인 것이다.
착륙료 가장 비싼 공항은? 일본 칸사이 공항 |
그럼 여기서 또 궁금한 것....
인천공항이 착륙료로 340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착륙료를 받는 공항은 어딜까?
그 주인공은 바로 서두에 언급한 일본 오사카의 칸사이 (關西, Kansai) 공항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칸사이 공항은 바다를 매립해 만든 인공 섬이기 때문에 건설할 때부터 많은 비용이 투자된 공항이라 그만큼 사용하는 데 비싼 이용료를 지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칸사이 공항
물론 오사카 지방의 국제선 항공 수요가 많기 때문에 착륙료가 비싸더라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년 사용료 협상을 벌일 때마다 일본 정부 및 공단 측에 사용료 인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칸사이 공항의 지속적인 침하현상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해, 사용료 인하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질 않는다.
항공기가 운항하는 데에는 이 이외에도 무수히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관제소와 주고 받는 교신 및 관제 명목으로 관제료를 지불해야 하기도 하고, 어떤 특정한 나라 영공을 통과할 때는 날아가는 거리에 비례해 지불하거나 한국이나 북한처럼 한번 통과할 때 정해진 정액을 지불해야 하는 영공통과료 (Overflying Charge)라는 것도 있다. 영공통과료에 대한 부분은 다음 기회가 되면 살펴 보기로 하자.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 입장에서 보면 비행기 한번 타는데 백여만 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게 터무니 없이 비싸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항공기가 하늘을 날며 사용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그 시설과 편이성 측면에서만 보자면 인천공항은 대단히 훌륭한 공항임에 틀림없다. 챡륙료도 최근 지어진 공항치고는 비교적 저렴할 뿐만 아니라 중동, 유럽, 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 공항으로서의 역할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인천공항에 대한 외부 평가에 대해서도 다음 기회에 알아 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