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허리 부실한 객실 승무원, 그 원인은? 본문
어릴 적 꿈 중의 하나가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다. 물론 조종사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 마음에 하늘을 날고 싶은 희망은 직업을 가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여성들에게 있어 취업 선호 직업 중의 하나가 승무원이다. 지금도 항공사 승무원 취업 경쟁률은 몇십, 몇백대 일 정도의 치열함을 자랑한다.
이렇게 승무원을 지망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 때문일 것이다. 물론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부가적으로 따르는 여행의 즐거움도 승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하는 매력이겠지만 말이다.
델타항공
언뜻 생각하면 여유롭고 자유로울 것 같은 직업이지만, 여타 직업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고충에 시달린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건강이다.
객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고객에게 서비스 하는 것이 주 업무인 관계로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지만 그 못지 않게 신경써야 하는 것이 건강이다.
시차를 넘나들며 수시간, 10시간 내외 비행하다보면 건강에 소홀하기 쉽다.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으면 소화불량이나 위궤양 등은 보통이고 시차 피로를 극복하지 못해 늘 멍하니 낮과 밤을 바꿔가며 생활하기 십상이다.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몸이 재산' 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하곤 한다. 자기 몸 건강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그토록 원하는 비행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 승무원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병이나 부상은 무엇일까?
가장 많이 당하는 부상은 다름 아닌 염좌다. 흔히 삔다고 표현하는 접질림이 바로 그것으로 전체 승무원 부상의 약 절반 (46%)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딩~동~"
"현재 날고 있는 상공에는 기류가 불안정하여 항공기가 흔들리기 쉬우니 좌석에 계실 때는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부상/질병 내용
- 염좌 (접질림, 삠) : 46%
- 중이염 (기압변화) : 18%
- 타박상 : 10%
거대한 항공기가 바람 따위에 흔들릴까 싶지만, 상공을 날고 있는 비행기가 가장 신경 쓰는 환경 중의 하나가 바람이다. 비행하는 동안 줄곧 바람의 방향이 일정하면 괜찮지만, 바람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거나 흐름이 변하게 되면 비행기에는 상당한 흔들림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통로에 서 있던 사람이 항공기 천정까지 치솟아 올라 부상당하는 사례까지 있다. 그래서 좌석에 앉아있을 때는 항상 안전벨트를 착용하라고 안내하는 것이다.
승객에게야 좌석 안전벨트라도 있지, 승무원에게는 그나마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그래서 항공기가 흔들리게 되면 부상 당하기 쉬워 발을 삐끗하거나 허리를 다치기도 한다.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부상은 기압 변화로 인한 질병이 약 18%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것이 중이염인데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동안 느껴지는 압력 변화가 귀에는 나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두번 가끔씩 당하는 경험이야 괜찮지만 하루에서 7-8번 비행기를 타고 뜨고 내리면 귀에 무리를 가하게 된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런 중이염은 주로 승무원 생활 초반에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몸(귀)도 외부 환경에 적응해 단련되는 모양이다. ^^
간혹 일반 승객 중에서도 귀가 민감한 경우에는 항공기가 뜨고 내릴 때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설사 아프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귀가 꽉 막혔다라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때는 코를 막고 체내 바람을 귀쪽으로 살짝 불어넣으면 '뻥'하고 뚫리기도 한다.
이 밖에 타박상도 적지않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승무원이 당하는 전체 부상 가운데 약 10% 정도가 타박상이다.
* 부상 원인
- 심한 노동 : 37% (밀고 당기고 올리고..)
- 사물에 의한 충돌 : 19%
- 기압 변화 : 15%
* 부상 소스
- 기내식 카트 등 운반도구 부상 : 32%
- 기압 변화로 인한 부상 : 20%
- 사물함, 상자 등에 의한 부상 : 16%
- 불안정 동작에 의한 부상 : 11%
부상이나 질병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는 무리한 움직임(노동)으로 인한 경우가 가장 많다. 밀고 당기는 동작이나 들어올리는 동작 등 기내에서의 무리한 신체 움직임이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이런 부상은 기내 서비스를 위한 기내식 카트 등 운반도구에 의한 경우가 많다.
다치는 부위로는 머리나 목이 29%, 허리를 포함한 몸통 부위가 29%로 목이나 허리 부분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밖에 많이 다치는 부위로 팔, 다리가 각각 13%, 14%를 점유하고 있다.
기내에서 승무원이 당하는 부상 중에 승객 짐(가방, Baggage)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짐과 관련된 부상 원인이 재밌다. 선반에 짐 올리다가 다친 부상이 가장 많아 전체 짐과 관련된 부상 중에 68% 나 차지하고 있어, 짐과 선반은 승무원에게 있어 요주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기내에서 무거운 서비스용 카트는 부상의 주원인 중 하나
실제 부상으로 인한 승무원들의 병가나 휴직율은 상당히 높아, 항공사는 승무원들의 이런 부상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상으로 인한 병가가 늘면, 그만큼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부담도 함께 늘기 때문이다.
위에 인용한 자료가 2003년도(미국승무원협회) 통계이긴 하지만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도 부상과 질병 양태는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질병까지는 아니지만 승무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신체적 증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2008년 6월 자료)
Dry Skin (건조한 피부) |
79% |
피부 건조, 무릎 통증, 두통 등은 거의 모든 승무원들이 늘 안고 다니는 증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그렇게 재미있기만 한 직업은 아니다. 다른 어떤 분야 못지않게 강인한 체력을 요하는 분야다. 실제 우리 부서에도 승무원 생활하다가 체력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상으로 내려와 근무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니...
항공산업 종사자 부상율 (14.5%) 은 다른 분야, 특히 사고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건설분야 (8.8%) 보다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어,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은 일임을 말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