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수하물 요금 안받는 항공사, 손님 늘어날까? 본문
항공여행에 있어서 수하물은 대단히 중요하다.
당일치기 여행도 아니고 2-3일 정도만 되더라도 생활을 위한 옷가지나 세면도구 등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항공 여행이라고 하면 장시간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 대부분이어서 이런 짐들은 더욱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항공사들은 일정량의 짐을 화물칸에 무료로 부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항공여행정보] 항공사 무료 위탁 수하물 기준과 개별 항공사 현황
이코노미 클래스의 경우는 대개 한 사람당 20kg (태평양 노선은 23kg 2개) 정도를 무료로 부칠 수 있는데, 이 정도 양으로도 부족해 초과하는 경우엔 초과 요금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제 침체와 항공업계 수지 악화를 이유로 미국 항공사를 중심으로 무료 수하물을 없애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미 항공업계는 이미 약 1년 전부터 이런 흐름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미 항공사들이 국내선 구간에 대해 무료 수하물을 없앤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컨티넨탈 항공은 국제선 구간에서도 무료 수하물을 없애 무조건 요금을 징수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 와 중에도 수하물 요금을 받지 않는 항공사들도 있다. 최초의 저비용항공사로도 유명한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나 제트블루가 대표적인 항공사들이다.
다른 항공사들이 수하물 요금을 받는 상황을 이용해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무료 수하물 서비스라는 이점을 강조한 광고까지 동원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항공사들이 받는 요금을 받지 않고 무료로 서비스한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여행하고픈 것이 인지상정인데 말이다.
그러면 실제 상황에서도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무료 수하물 서비스를 유지함으로 승객을 보다 많이 유치할 수 있었을까? 반면 요금 받는 항공사들 승객들은 요금에 싫증내 무료 수하물을 제공하는 항공사로 이탈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
언뜻 생각하면 기왕에 저렴하고 무료 서비스가 많은 항공사에 손님이 조금이라도 더 몰렸을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헙스트 (Robert Herbst) 라는 항공 전문가가 미국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료 수하물을 없애 요금을 징수하는 항공사나, 그렇지 않고 기존 무료 서비스를 유지한 항공사나 수익성이나 승객 유치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일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왔다.
< SWA : 사우스웨스트항공, CAL : 컨티넨탈항공, AA : 아메리칸항공 >
작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승객 1인당 수익성을 비교했는데, 수하물 요금을 받지 않아도 수익성은 그리 좋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수하물 요금을 받지 않음으로 해서 수익성이 더 악화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컨셉으로 광고를 하며 대대적으로 영업에 나섰지만 그다지 효과를 본 것 같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수익성은 더 나빠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리고 전체 미국 항공 시장에서의 점유율(Market Share)에도무료 수하물 서비스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로드팩터 (Load Factor)는 비행기 한편의 승객 점유율, 즉 탑승율을 나타내는 말이데, 이 탑승율 면에서도 그리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무료 수하물 서비스를 유지하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다른 항공사들이나 탑승율 변화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수하물을 무료로 부칠 수 있는 항공사로 승객들이 항공사를 갈아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20달러 정도의 수하물 요금을 내더라도, 승객을 잡아두는 더 큰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항공여행에 있어서 스케줄은 대단히 중요하다. 정해진 시각에 다수의 항공편 스케줄을 가진 항공사를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설사 원래 항공편을 놓쳐도 그 다음 항공편을 이용하기 쉬운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항공사들은 대개 스케줄 경쟁력이 강한 편이다.
또한 저비용 항공사들의 경우, 운항하는 공항이 도심 외곽인 경우가 많아 도심으로의 교통 연결이 원활치 않은 단점도 있다.
그러나 승객 이탈을 방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일리지 회원제도가 아닐까 싶다. 일상 생활에서도 어느 한 곳 마일리제(포인트)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면 다른 가게(회사)가 어지간히 좋은 조건을 내 걸지 않는 이상 기존 마일리지를 포기하고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번 회원으로 영입해 충성고객을 만들어 놓으면 어지간한 외부 미끼(?)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난 1년 동안의 상황이 무료 수하물을 없애는 항공사도 그렇지 않은 항공사도 영업 수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데,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곳으로까지 전파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미 항공사들은 이미 국내선 무료수하물 폐지, 요금 징수를 국제선으로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컨티넨탈 항공은 이미 국제선에서도 무료 수하물을 없애고 있어 이런 예상이 무리가 아니다.
수하물을 유료로 전환해도 승객 이탈률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앞으로 무료 수하물 서비스를 폐지하는 항공사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로 상대방 항공사의 눈치는 보겠지만 말이다.
참고 : Are baggage fees turning us all into Southwest passen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