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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씨인데 어떤 항공기종는 착륙 불가?

마래바 2010. 2. 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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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항공기 착륙 능력에 대해 간단하고 쉽게 알아보기로 하자.

어제 제주항공이 CAT-II 운항등급을 획득해 앞으로 지연이나 결항 등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시정, 즉 눈으로 보이는 거리에 따라 항공기의 이착륙 여부가 결정되는데, 제주항공이 이번에 CAT-II 등급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시정(정확히는 활주로 가시거리, RVR)이 최소한 550미터 이상이 되어야 항공기가 착륙할 수 있었지만, 지금부터는 300미터만 확보되면 착륙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활주로 가시거리(RVR) 측정 장비

활주로 가시거리(RVR) 측정 장비

지금까지 이 블로그를 통해 몇차례 언급했지만,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날씨다.  비, 눈이 내리거나, 안개가 끼어 눈 앞을 제대로 분간할 수 없는 경우에 항공기가 착륙하기란 매우 어렵다.

RVR (Runway Visual Range)이라고 하는 활주로 가시거리는 공항 활주로에 가시거리 측정장비를 통해 측정된 거리로 항공기 이착륙에 절대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다.  즉, 조종사가 얼마만큼 먼 거리를 볼 수 있는지를 측정한 수치인 것이다.

이렇게 측정된 RVR 이 550미터 이상이 되어야 착륙 가능한 등급을 CAT-I 이라고 하고, CAT-II300미터, CAT-III175미터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 카테고리 등급 중 심지어 CAR-IIIc 등급은 아예 눈 앞에 안개가 짙게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도 내릴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현재 전 세계 국제공항 대부분은 CAT-IIIb 수준의 등급을 가지고 있다.  인천공항도 마찬가지로 CAT-IIIb 등급이다.

이렇게 말로만 하니 잘 감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실제 항공기가 착륙할 때 각각의 기상(시정) 조건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동영상으로 보자.

우선 가장 시정 상태가 좋은 경우, 즉 CAT-I (RVR 550미터 이상) 조건일때 착륙하는 모습이다.


물론 날씨가 좋아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가 몇 킬로미터가 될 때도 있겠지만, 이렇게 안개나 구름 때문에 시정이 나빠도 착륙할 수 있다.  이런 정도가 CAT-I 조건에 해당한다.   생각보다는 전방 시야에 제한이 있다.


그럼 다음은 CAT-II 조건에서 착륙하는 모습이다.


어떤가?  위에서 본 CAT-I 조건 보다는 훨씬 열악하지 않은가?  항공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어 내려가도 활주로가 잘 보이질 않는다.  거의 착륙에 다다러서야 활주로가 눈에 들어온다.  이게 RVR 300미터 가시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의 착륙 모습이다.


다음은 가장 열악한 조건인 CAT-III 조건에서 착륙하는 모습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거야 원.... 눈 앞에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할 정도의 시정 조건에서 착륙하는 꼴이다.  CAT-III, 즉 RVR 175미터 혹은 100미터 정도의 가시거리만 확보되어 내리는 장면이다.  이 정도쯤 되면 사람의 능력으로는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착륙시킬 수 없다.  공항 유도시설과 항공기 첨단 장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착륙이다.

여러분들이 탄 항공기가 안개낀 공항에 내린다면 십중팔구 위 동영상과 같은 상태다고 보면 된다.


복잡한 얘기는 여기까지...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항공기 종류에 따라 같은 날씨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착륙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맞다.

항공기 종류에 따라 같은 날씨에도 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항공기도 있다.

대부분의 소형 항공기들은 착륙할 수 있는 기상 조건이 비교적 좋아야 한다.  위에 언급한 카테고리를 예로 든다면 B737이나 A319 같은 기종은 통상 CAT-II 조건이거나 이보다 더 좋은 기상 조건에서만 내릴 수 있다.

B747 이나 A330 같은 중대형 항공기들은 대부분 CAT-III 에서 착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같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항공기는 착륙할 수 있지만 소형 항공기는 착륙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활주로 가시거리가 200미터 정도인 공항에 B747 항공기는 착륙할 수 있지만, B737은 착륙할 수 없다. 공중에서 선회하며 기다리다가 날씨가 좋아지면 착륙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안개가 오래 끼어 있으면 할 수 없이 인근 공항으로 회항(Diversion)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소형 항공기라고 해서 모든 항공기가 다 CAT-III 상태에서 착륙할 수 없는 건 아니다.  B737 기종도 CAT-III 조건에서도 착륙 가능하게 운영하는 일부 항공사들도 있다.

하지만 CAT-III 조건에 맞는 항공기가 되려면 관련 항공기에 추가 장비도 갖추어야 하고, 그 능력에 맞는 조종사도 양성해야 하고, 정기적인 정기적인 점검 등 항공사 운용 능력을 갖추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 항공사들은 B737 같은 소형 항공기는 굳이 CAT-III 조건을 맞추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들은 대개 항공기 종류가 B737이다.  소형 항공기다.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운용하는소형 항공기인 B737 기종은 CAT-II 에만 맞게 운항하고 있다.

쉽게 설명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렵게 되어 버렸나? ㅎㅎ


만약 여러분이 탄 항공기 종류가 소형 항공기라면 날씨가 나쁠 경우 대형 항공기에 비해서는 원래 목적지에 착륙할 수 없는 확률이 다소 높을 수 있다는 걸 참고 하시길..

추가 사항, 2010/11/09)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B737 항공기종에 대해서도 CAT-III 조건에 합당한 자격을 획득해, 최저 수준의 날씨에도 이착륙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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