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실패작 나리타 따라 한 인천공항 성공한 이유 본문
자랑스럽다.
인천공항의 성장세나 지명도는 가히 다른 공항들이 엄두를 못낼 정도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 Airport Council International)가 선정하는 세계 최우수 공항 타이틀을 무려 5년 동안이나 독차지해 오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는 전 세계 공항을 대상으로 ASQ(Airport Service Quality) 평가에서 가장 우수한 공항으로 선정된 것이다.
인천공항의 명성은 단순히 관계 기관의 잔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세계 일반 이용객들이나 언론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여기서 인천공항 성공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보자.
나리타공항은 실패작?
대한항공만 해도 일본항공을 모델로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아 초기 발전의 초석을 삼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항공의 몰락과 대한항공의 발전을 비교하면 아이러니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대체 국제공항으로 나리타를 건설했다. 우리나라 또한 김포공항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제공항으로 인천공항을 건설키로 한 것도 사실 일본 나리타 공항의 그것을 벤치마킹 했다고 할 수 있다.
실패작이라는 다소 과장한 제목을 달기는 했지만, 일본 나리타 공항을 벤치마킹한 인천공항이 이렇게까지 성공하며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시아 허브 공항이라는 나리타공항의 자존심이 구겨질 정도로 발전한 오늘의 인천공항 모습은 무엇 때문일까?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지어진 국제공항이라는 점이나, 국제선 전용으로 운영된다는 점, 기존 공항은 국내선으로 따로 떼어 냈다는 점 등에 있어 김포-인천공항은 하네다-나리타공항과 매우 닮아있다. 대개 동아시아 국가 공항들이 신공항을 건설하면 기존 공항들을 폐기하거나 축소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점이다.
이렇게 유사한 공통점을 가진 인천공항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나리타공항을 넘어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지 궁금하다.
인천공항의 성공에는 이루 헤아리기 힘든 요소들이 숨어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의 진정한 경쟁력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인천공항 당국과 관계자들이 인천공항을 발전시키기 위해 시설을 확충하고 수백개의 면세점을 두어 편리한 소핑을 유도하는 등 불철주야 노력했던 점이나, 인천공항 건설과 운영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국가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거기에 저렴한 착륙료 등의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해 각국의 항공사들을 끌어들인 것도 다양한 항공노선을 만들어 경쟁력을 갖추게 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한일 양국의 항공시장 규모 차이가 인천공항과 나리타공항의 성패를 구별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항공시장은 일본시장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일본 인구나 땅 덩어리 크기는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국내선은 기껏해야 비행시간 한 시간 정도다. 그나마 제주나 부산을 제외하면 비행기를 띄워 이익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항공업계는 일찍부터 바다 너머 해외로 영업 범위를 넓힐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국내선이 2-3시간 넘는 노선도 적지않을 정도로 큰 국내선 항공시장을 가지고 있었기에 국내선의 역할이 매우 컸다. 국제선에 주도권을 쥐고 있던 일본항공을 전일공수가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도 탄탄한 일본 국내 항공시장을 기반으로 착실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탄탄한 일본 항공시장이 우리나라 인천공항을 발전시킨 자양분이 되었다. 인천공항 뿐만 아니라 한국 항공사들을 이만큼 성장시킨 중요한 요인이 일본 항공시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항공사들은 좁은 우리나라 항공시장을 뛰어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고, 인근의 거대한 항공시장인 일본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저렴한 항공요금을 무기로 일본인 해외 여행객을 유혹해 인천을 경유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실어 나르며 일본 항공시장을 한국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예를들어 삿뽀로 주민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도쿄 나리타를 거쳐야만 한다. 국내선으로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 나리타 공항으로 이동하고, 나리타 공항에서 국제선을 이용해야만 한다.이 점을 한국 항공사들은 공략하기 시작했다. 나리타를 경유하려는 여행객을 인천을 경유토록 한 것이다. 일본 여행객들에게 하네다-나리타를 이용할 때보다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일본 나리타공항을 벤치마킹해 만든 인천공항은 나리타공항과는 달리 일본의 거대한 항공시장을 적절히 공략한 덕분에 나리타공항과는 다른 성공을 만들어 냈다.
일본은 나리타공항, 한국은 인천공항을 건설했지만, 나리타공항은 인천공항에게 자국 여행객들을 빼앗기면서 '나리타공항의 아시아 허브 꿈'은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본은 나리타공항이 인천공항에게 빼았겼던 여행객을 되찾아오기 위해 하네다공항 허브화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국내-국제 갈아타기 불편함 만을 약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면 뭔가 핀트가 어긋나 보인다. 인천공항은 허브공항이 갖춰야 할 매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항공노선, 편의시설,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곳이 인천공항이다.
이제 우리나라 항공시장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선 김포공항에서 국제선 인천공항으로 연결하는 인프라 면에서 하네다-나리타 공항의 그것보다 나을 것이 별로 없다. 만약 우리나라 항공 여행객들이 국제선을 이용하기 위해 나리타공항을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인천공항이 나리타공항에게 주었던 수모를 나리타공항으로부터 거꾸로 당할 수도 있다.
이것이 이제 우리나라 항공업계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 지방 항공 여행객들을 위해 국제선으로 원활하게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는다면 우리 지방 항공 수요가 외국, 일본 나리타공항으로 빠져 나가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포공항이 점차 근거리 국제선으로 활성화되면서 더욱 이런 가능성은 커질 것이다. 인천공항 성공에 즈음한 지금 우리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과제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항공노선을 갖추고,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인천공항의 성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어쨌거나 재미있지 않은가. 인천공항을 성공하게 만든 일등 공신 중의 하나가 일본의 거대한 항공시장이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