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첨단 장비가 오히려 항공승객 귀찮게 만들어? 본문
"이게 뭐지?"
"왠 기계들이 이렇게 좍 늘어서 있는 거야?"
항공기를 이용하려고 공항에 나와보니 체크인 카운터 옆에 이상한 기계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중간에 항공사 직원 한 두명이 왔다 갔다 하며 그 기계를 지키고 있다.
어쨌거나 좌석 배정을 받으려고 카운터를 둘러보니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카운터마다 10여 명 씩 늘어서 있는 모습에 기가 질린다.
"에고~ 수속 받으려면 한 시간은 족히 걸리겠다~~ ㅠ.ㅜ"
조금 일찍 공항에 나왔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비행기 놓칠 뻔 헀다. 카운터 앞 사람들 속에 함께 묻혀 한 시간 여 남짓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됐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직 비행기 출발시각까지 여유가 있으니 말이다.
좌석 배정을 받고 카운터를 빠져 나오는데, 아까 들어오면서 봤던 요상한 기계 앞에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몇 명씩 모여있는 게 눈에 띈다. 아직 시간도 있겠다, 호기심이 발동해 그곳으로 가 봤다. 가 보니 직원이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뭔가 열심히 설명한다.
버튼은 이걸 누르시고요, 어떤 좌석을 원하시는데요? 혹시 부치실 짐은 있나요? 등 화면에 나타난 질문을 설명해가며 뭔가 단추를 몇 번 누른다. 그러자 기계가 뭔가 종이를 뱉어낸다. 직원이 꺼내 들더니 탑승권이라며 손님에게 전해준다.
오호~~ 이게 자동 판매기? 발권기 인가 보네.. 말로만 듣던 건데 신기하네 그려.. 이게 바로 KIOSK (키오스크) 란다.
근데 이것도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겨? 에고 귀찮다. 그냥 기다려서 직원에게 탑승수속 받으련다. 근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한 시간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사용법 익혀 이 기계를 이용해 체크인 하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KIOSK 라는 이 기계가 다소 낯설기는 하지만, 뭐 어때? 이미 은행 ATM 에도 익숙해져 있는 내가 아닌가? 입출금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체도 하고 복잡한 것도 잘 하는 내가 이런 것도 못하랴 싶다. 다시 직원이 설명하는 걸 지켜보니 뭐 그리 어렵지도 않다. 회원(마일리지) 카드 있으면 집어 넣으니 바로 내가 예약했던 내용이 다 나온다. 오늘 이용할 항공편을 선택하고 좌석을 지정하니 탑승권을 바로 발급해 준다.
굳이 카운터에서 오래 기다리며 체크인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간단한 것을...
이제 항공사에서 키오스크 이용은 일반적인 현상이 될 듯..
요즘 다양한 분야에서 무인 자동판매기는 이미 널리 일반화되어 있다. 가장 흔한게 음료수 등을 뽑아 먹는 자동판매기이고,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ATM (현금자동지급기) 도 이런 종류의 대표적인 예다. 극장에서 입장권도, 지하철 티켓도 자동 발매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자동판매기가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어, 심지어는 식당에서도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다. 바로 식권 판매기다. 식당 한 쪽에 있는 이 식권 판매기에 가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고 현금을 넣으니 바로 식권이 발급되어 나온다. 이 식권을 직원에게 전달하면 얼마 있어 음식이 내 테이블로 배달되어 나올 정도다.
이런 게 바로 키오스크(KIOSK) 다.
키오스크(KIOSK) 란 터키어(혹은 페르시아)에서 유래된 말로 간이 판매대, 소형 매점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무인 자동판매기, 발급기를 통칭해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일본 식당에 설치된 식권 판매 키오스크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사람을 덜 쓰고,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었는데, 이게 바로 키오스크다.
키오스크는 여러모로 편리하며 유용하다. 사람을 배치하기 힘든 곳에도 이 기계를 설치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요즘에는 IT 기술이 발전해 화면에서 그림을 통해 설명하고 터치 스크린을 통해 직접 선택할 수 있어 사용법도 비교적 쉬운 편이다.
탑승수속 카운터 시설은 물리적으로 더 증설해 설치하기 어려운 반면, 이런 키오스크는 공간도 적게 차지해 많은 장비를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키오스크 사용 비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아직까지 서비스는 창구(카운터)에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내가 뭔가 직접하는 게 귀찮아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도 이런 키오스크를 도입한 지 이미 꽤 오래 되었지만, 아직까지 일반화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은 카운터에서 사람에게 서비스(?) 받고 싶어한다. 기계가 질문하는 것에 답하는 것보다 사람과 서로 질문, 대답을 주고 받으며 좌석 배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을 전망이다. 항공사도 늘어나는 승객을 언제까지 사람을 통해 서비스하기 힘든 상황이다. 사람(직원)을 늘리기 보다는, 짐도 없이 간단하게 체크인을 끝내고자 하는 승객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서비스하는 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는 항공사에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의 일부를 이용하는 고객이 직접 담당하게 될 것이다. 키오스크는 시작이다. 이미 외국의 저비용항공사들은 탑승수속까지 승객으로 하여금 직접 하도록 하고 있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좌석표(탑승권)를 직접 프린트 해 가지고 공항에서는 카운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비행기에 타면 되는 시스템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제 예전처럼 앉아서 서비스 받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아마 머지않은 장래에는 카운터에서 직원에게 수속 받으려면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할 지도 모른다. (라이언에어 등에서는 이미 카운터를 없애고 있으며, 직원에게 수속 받으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앞으로 점점 손품, 발품을 팔아야 하는 귀찮아 지는 시대가 될 것이다. 돈은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