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북경공항 영문 호칭 Peking 인 이유 본문
전 세계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들이 제법 드물지 않다.
세인트 피터스버그(St. Petersburg)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작은 도시다. 그런데 이 보다 훨씬 먼저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도시가 있는데, 다름아닌 러시아의 Saint Petersburg 다. 셍트페테르부르크 라는 도시다.
사람들에게도 이름이 있다. 하지만 동명이인이 너무도 많다.
사람들 사이에서 호칭하며 지낼 때야 동명이인이 있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법적인 신분을 따질 때 곤란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는 특정 번호(?)를 부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게 있고, 미국에도 이와 비슷한 사회보장번호 등이 있다.
북경수도국제공항의 영문 이름이 Peking 인 이유는?
항공업계에서도 도시나 공항을 마찬가지로 특정 코드를 부여해 동일한 이름의 다른 도시, 공항과 구분한다.
서울은 SEL, 제주는 CJU, 런던은 LON, 뉴욕은 NYC 등 IATA 부여 방식으로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도시나 공항코드는 대개 그 영문 이름과 비슷하다. 김포공항은 GMP, 인천공항은 ICN, 뉴욕 JFK 공항은 JFK, 로스앤젤레스 공항은 LAX 등으로 불린다.
그런데 간혹 이름과 동떨어진 코드를 사용하는 공항이나 도시가 눈에 띈다.
대표적인 공항이 북경 수도국제공항인데, 공항코드는 PEK 다. 그리고 간혹 페이킹(Peking) 이라는 명칭을 붙히곤 한다. 하지만 북경이라는 도시, 즉 뻬이징의 도시코드는 BJS 다. 뻬이징(Beijing) 이라는 영문 이름과 비슷하다. 북경이라는 도시에 공항이 여러개 있어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은데, 뻬이징(Beijing)이라는 도시 이름 대신에 페이킹(Peking)이라는 이름을 붙힌 이유는 뭘까?
사실 페이킹(Peking)이라는 이름은 뻬이징(Beijing)의 예전 영문 표기방식을 따른 것이다.
[관련 블로그 글] 북경대는 왜 Peking Uni 일까요? (바로바로님)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800년대 중반 중국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영국인 윌마가 개발하고 만든 표기방식(핀인법)에 따라 중국 북경을 Peking 이라는 이름으로 표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1958년 새로운 표기방식을 선택하고 1982년 국제표준위원회가 이를 국제표준으로 인정하면서부터 Beijing 이라는 표기방식이 Peking 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50년 이전에 만들어진 학교나 건축물 등은 윌마가 개발한 표기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경대학도 Peking Uni. 가 정식 명칭이며, 청화대학도 현재 표기 방식으로는 Qinghua 가 맞지만, 실제로는 Tsinghua 라고 표기한다. 모택동을 Mao Ze-Dong 이 아닌 Mao Tse-Tung 으로, 주은래를 Zhou En-Lai 가 아닌 Chow En-Lai 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니 북경공항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지금 표기 방식으로 하자면 북경공항 코드는 BJS 가 되어야 하고, 공항코드로 BJS 로 표기하는 게 맞겠지만, 한번 정해진 예전 이름을 사용하기에 Peking Airport, 코드는 PEK 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몇년 전 영문 표기 방식이 바뀌었다. 광주의 영문 표기가 Kwangju 에서 Gwangju로, 부산이 Pusan 에서 Busan 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이들 공항코드는 여전히 KWJ, PUS 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영문 명칭도 PIFF, 즉 P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영문 명칭이 Busan 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PIFF 를 BIFF 로 바꾸기는 어렵다. 이미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PIFF 라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북경오리 요리를 페이킹덕(Peking Duck)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 정보] 중국 뻬이징(북경) 수도국제공항 정보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