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비행기 바퀴가 안 나왔어요! 본문
"통제센터! 여기는 124편, 현재 랜딩기어가 펼쳐졌는 지 확인되지 않는다."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도착을 위해 랜딩기어 내렸지만, 계기판에는 펼쳐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해를 돕기위해 평이한 용어로 변경했음)
예전에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진짜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장성 진급을 위해서 신체검증도 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서서 자신의 발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가 나오면 대상에서 탈락시킨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지나치게 배가 나와 서서 허리를 숙이지 않는 한 자신의 발끝은 확인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 몸 하나 관리 못하는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앉힐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사람과 기계를 비교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항공기도 배 나온 군인처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비행 중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조종사 혹은 정비사를 대신해 항공기 스스로가 자신의 각종 상태를 점검하고 그 결과나 상태를 조종사에게 계기판을 통해 알려준다.
하지만 아주 간혹 이 계기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위 대화 같은 경우다.
조종사가 분명히 착륙을 위해 랜딩기어를 펼쳤는데 계기판에는 펼쳐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참고로 항공기 바퀴를 포함한 일체의 부분을 랜딩기어, Landing Gear 라고 부른다)
랜딩기어가 펼쳐질 때 들리는 소리 등으로 분명 펼쳐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지만, 계기판에 그렇지 않다고 지시하는 이상 확실한 확인이 필요하다. 자칫 조종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랜딩기어 없이 동체로 착륙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재확인은 필수조건이다.
이럴 때는 불가피하게 마지막 확인 수단인 사람의 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조종사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외부에서 확인해 줘야 한다.
관제탑을 스쳐 비행하면서 관제탑에서 항공기 랜딩기어 상태를 직접 확인해 준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공항 관제탑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관제탑은 공항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관제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하며 공항에서 벌어지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대개 관제탑은 높은 타워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보통이며 그 맨 위에 위치하곤 한다.
관제탑에게 항공기 랜딩기어 펼쳐진 상태 확인을 요청하고 항공기는 활주로에 내리지는 않은 상태로 관제탑 앞으로 통과해 비행한다. 이때 관제탑에서는 앞을 지나쳐 비행하는 항공기 랜딩기어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항공기에게 그 결과를 알려준다.
"xx항공 124편, 랜딩기어 이상없이 잘 나와있습니다. 안전하게 착륙하십시오!"
거의 모든 경우가 단순 계기판 오작동으로 인한 것으로 랜딩기어는 아무런 이상없이 펼쳐져 착륙에 문제없는 상태다. 이상없이 랜딩기어 펼쳐져 있다고 확인한 조종사는 안심하고 활주로에 착륙하면 된다.
하지만 만약 랜딩기어가 계기판 지시대로 펼쳐져 있지 않은 상태라면 비상사태(Emergency)에 빠지게 된다.
여러가지 기계적인 응급처치 등을 통해 랜딩기어를 펼치려는 노력을 하겠지만 여의치 않는 최악의 경우 랜딩기어 없이 동체로 활주로에 착륙해야 하는 비상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항공기에 아직까지 사람의 눈으로 검증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다는게 재미있다.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이 매우 원시적인 것 같지만 확실한 마지막 확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