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세계에서 가장 가치없는 화폐 본문
"줄줄이 오른다"
"기름값도 오르고, 생필품 값은 물론, 각종 서비스 요금마저 오른다"
"있는 차라도 팔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 흔히 듣는 우리 주변의 푸념이다. 물론 고유가로 인해 발생한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최근 우리나라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 신문 지상에서는 늘상 경제 위기라는 말이 인사말처럼 들려오고, 정치는 불안하고.. 이러다가 정말 큰일나는 거 아냐 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올 하반기만 해도 예상 물가 오름치가 6 % 내지 7 % 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 다른 말로 표현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예전에 10,000 원 주고 구입했던 물건이 물가 10%가 오르면 11,000원을 지불해야 하니, 약 10%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월급 등 수입이 10% 오른다면야 별반 변화가 없겠지만, 월급 인상으로 인해 또 다시 물가도 인상될 수 있으니, 여러모로 어려운 것이 경제 정책인가 보다.
세계에서 가장 가치없는 화폐 |
예전에 내가 아주 어린 시절, 이모 가족이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났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에 가까울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 즈음에 신흥 경제강국으로 떠 오르던 곳이 아르헨티나였다고....
그래서 이모 가족은 부푼 새로운 꿈을 가지고 낯선 땅을 향해 떠났으나...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를 망쳤다는 평가에도 불구, 여전히 국모로 추앙받는 에바 페론 <영화 에비타 중에서 >
이게 웬걸..
한창 잘 나가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무능한 정치 지도자들과 세계 경제 침체와 맞물려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이다. 경제 위기로 인해 물가는 하룻밤 자고나면 돈이 휴지 조각 될 정도로 뛰어 올라 화폐는 가지고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던 이모 가족에게 또다시 절망의 결과만 가져다 준 것이다.
세월이 지나 아르헨티나는 이제 어느정도 이런 현상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세계 어디에선가는 경제 위기를 앓고 있는 나라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 가장 악명 높은 물가 인상,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나라는 어딜까?
아마도 아프리카의 짐바브웨(Zimbabwe)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물가가 6퍼센트다 7퍼센트 인상이다 라며 경제위기를 이야기 하지만, 짐바브웨의 물가 인상은 말 그대로 살인적이어서 자그마치 10만 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물가 인상율이 자그마치 100,000 퍼센트 !!!
올해 (2008년) 초에 발행한 천만 달러짜리 지폐의 가치가 지금 지하 시장(Black Market)에선 불과 4달러 정도의 가치 밖에 안된다고 한다. 천만 달러 지폐의 가치가 불과 4달러라....
짐바브웨의 천만달러 짜리 지폐 (불과 4달러 가치로 떨어져..)
아마도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없는 화폐로 이 짐바브웨의 화폐를 꼽을 수 있지 아닐까? 불과 반년만에 천만 달러 짜리 지폐가 불과 4달러 정도로 가치가 떨어지다니 말이다.
우리나라도 그동안의 물가 인상과 화폐가치 하락이 맞물려 지폐 중 최고가인 만원 짜리 지폐를 가지고도 웬만한 물건을 사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최근 10만원권 고액 지폐를 발행하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지나치게 고액화되는 화폐를 방치하지 말고 차라리 개혁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경제적 여파를 우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야 짐바브웨와 같은 살인적인 물가인상을 겪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화폐가치의 하락이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건 장을 보기 위해 마켓을 나갈 때마다 느끼는 가격표의 변화와 가벼워지는 주머니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