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고유가 속에서도 승승장구하는 저가 항공사? 본문
아마 경제분야에서 올해의 최대 화두였다면 기름값의 상승 아니었을까 싶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닌 전세계적인 상황이며, 최근 거리에 자동차 수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에서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항공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항공사에 따라 30% 내외의 비용이 기름값으로 지출된다고 할 만큼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메이저 항공사들은 보유 항공기 대수를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하고, 그동안 무료로 운송해주던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는 등 수익을 극대화 시키는 데 골몰하고 있다. 중동 사태로 발발한 1970년대의 1, 2차 오일 쇼크 이래 최대 위기라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이런 고유가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항공업계에는 없는 것일까?
영국의 가디언 紙에 따르면 유럽에서 두번째로 큰 저가 항공사인 이지제트(EashJet)의 지난 8월의 탑승 실적이 전년도와 비교하여 오히려 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항공사의 상품은 좌석이다. 그런데 그 좌석이라는 생산물의 특성은 휘발성이어서, 한번 항공기가 운항하고 나면 재고가 남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항공사는 최대한 항공기 좌석을 채워 운항하고자 한다. 흔히 항공사의 손익분기점(BEF, Break Even Point)을 탑승율로 계산했을 때 70% 내외를 이야기 한다. 즉 항공편 좌석의 70% 이상을 채워야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탑승율과 관련하여 저가 항공사인 이지제트(EasyJet)는 금년 8월 실적이 무려 91% 탑승율을 기록했다. 물론 8월이라는 시기가 유럽에서는 성수기에 해당하지만, 이지제트의 탑승율이 91% 라는 것은 놀랄만한 실적이다. 더군다나 작년 동기의 87% 탑승율을 웃도는 실적을 보여준 것이다. 이 정도 탑승율이면 거의 매편 만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고유가로 살기 어렵다는 말이 입에 달고 살만큼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가 항공사인 이지제트의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유럽인들의 생활 패턴, 항공 요금의 상승과 깊이 연관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인들은 1년의 노동의 결과를 여름, 겨울 휴가를 통해 보상받으려고 한다. 휴가를 즐기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고유가로 인해 항공사들이 항공요금을 인상하고, 게다가 유류할증료라는 세금 아닌 세금이 생기면서 더욱 항공요금은 높아져만 갔다. 그러다보니 1년의 행사인 휴가를 보내는데 예상을 초과하는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저가 항공사를 선택한 것을 판단된다.
한산한 공항?
그럼 고유가 상황에서 항공업계의 어려움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저가 항공이 유일한 대안일까?
유럽 제일의 저가 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 Air)의 경우도 금년 8월 실적으로 90%의 탑승율과 8월까지 전년대비 19% 늘어난 580만명을 수송했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면 저가 항공만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 같다.
하지만 저가 항공의 탑승율이 높아진 주 원인이 급격하게 인상된 메이저 항공사들의 항공요금으로 인해 저가 항공으로 몰린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라이언에어 등 저가항공사들의 수익성 또한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단순하게 낙관만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 상황까지는 저가 항공사가 위기상황 극복의 한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향후 2년에 걸쳐 전세계 항공업계는 약 90억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더욱 대책이 시급하다. 현재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잠겨있다. 항공업계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항공요금을 올리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닌 것이다. 쓸모없는 몸집을 줄여 원천적 원가를 낮추는 등 어쩌면 그 방법을 저가 항공사로부터 배워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