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산타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면 알지..^^ 본문
산타 할아버지는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에게 우상과 같은 존재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을 전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착한 어린이에게만 선물을 준다는 사실은 뭔가를 잘 해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울면 안돼, 우는 애들에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대..
오직 크리스마스 때 산타 할아버지가 전해 줄 선물 하나 때문이라도 착하게 행동해야 하고, 울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하긴 나도 어릴 적엔 크리스마스 전날 양말을 걸어놓고 기대감에 잠든 밤을 가슴 두근 거리며 보냈던 보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 맡에 있던 종합선물 세트 하나에 세상을 모두 가진 듯 했다.
그러나 자라면서 어느 순간 산타 할아버지가 실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느꼈던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하기 힘들었다. 내게 선물을 주었던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로는 부모님이었다는 사실이 내게서 가슴 두근거림을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런 산타라면? ^^;;
어제 있었던 우리 큰 딸과 엄마와의 대화다.
딸: 엄마, 12월 25일이 예수님이 탄생한 날이지?
엄마: 응, 그렇지~~ 근데 그 날을 뭐라고 하지?
딸: 크.리.스.마.스 !
엄마: 응~ 맞아
엄마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우리 딸 그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이상하다는 듯 눈을 치켜뜨며 말한다.
딸: 근데 엄마 ! 좀 이상한게 있더라? 작년에.. 산타 할아버지가 (동생) 태원이 선물 주실 때.. 두고간 카드 말이야.. 엄마 글씨랑 똑 같더라.
대개 그렇듯 산타 할아버지가 쓴 것처럼 흉내내 크리스마스 선물과 함께 카드를 넣어 놓곤 했는데, 다원이가 얼마 전에 그걸 우연히 본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카드 안의 글씨가 엄마의 것과 비슷하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애들 엄마는 깜짝 놀라, 당황스러운 가운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순간 떠 오른 묘답아닌 묘답..
엄마: 어.. 그거.. 있잖아.. 음.. 산타 할아버지가.. 급하게 오느라고 카드를 안가지고.. 왔었데. 그래서 엄마보고 써 달라고 하더라구~ *_^
이 말을 하고도 애들 엄마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딸아이의 얼굴을 지켜 봤단다. 어떤 말이 나올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딸 아이의 얼굴은 마치 진실을 안다는 양, 씨익 미소 지으며 하는 말...
딸: 피 ! 거짓말 ~
'거짓말...'
이 말을 들은 애들 엄마는 '에고 이제 우리 딸이 다 커서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네. ' 생각하고, 아마도 '엄마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 흉내 내는 거지?' 라는 말을 예상했던 엄마는 순간 다원이의 이어지는 말에 깜짝 놀랐다.
딸: 피 ! 거짓말 ~ 내가 산타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면 그거 진짠지 거짓말인 지 다 알거야 ~
순간 엄마는 얼어 붙었다. 당연히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가 아니라는 말을 예상했었지만, 딸 아이는 산타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던 것이다. 단지 카드에 글씨를 쓴 사람이 엄마였다는 걸 믿지 못하겠다는 것 뿐..
순간 놀라, 웃지도 못했다는 애들 엄마는 큰 아이가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순수(?)한 마음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는 것에 기분좋은 모양이다. 어젯 밤 이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함께 웃었는지...^^ 지금도 배가 아플 지경이다. ㅋㅋ
우리 딸이 언제쯤 산타 할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될까? 벌써 초등학생이니 조만간 알게 되겠지... 그리고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아냐 ! 어쩌면 우리가 아이한테 속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지 모른다.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말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