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항공기 화장실 막혀 10시간이나 지연된 사연 본문
집 화장실 세면대가 종종 막힌다.
큰 아이가 세면대에서 빗은 머리카락 때문에 막히기도 하고, 작은 놈이 휴지 등을 풀어 장난쳐 막히기도 한다. 막힌 세면대를 뚫기 위해 펌프질 하다보면 그 안에서 별 희한 것들이 다 나온다. 조그만 장난감은 물론 이쑤시개, 심지어 반지까지....
아이들보고 세면대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도 그때 뿐이다. ^^;;
근데 이런 장난은 아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또 아이들만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항공기 화장실은 그 구조가 특이해서 그냥 물을 흘려 세척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흡입력으로 세척한다. 기내 화장실 물 내릴 때 '쒜엑~~' 하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당연히 화장실 변기에는 이물질을 넣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항공기 화장실 변기는 막히면 어떻게 될까? 아니, 워낙 좋은 시스템이어서 어지간하면 막히지 않도록 되어 있을까?
10시간 지연됐다. 항공기가...
화장실 변기가 막혀 항공편이 지연된 일이 실제 방글라데시 한 항공사에서 발생했다.
다카를 출발해 런던으로 향하려던 항공편 기내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막혀버렸던 것. 화장실 하나가 문제가 아니었다. 5개 씩이나 작동하지 않았다. 하나 정도라면 화장실 폐쇄하고 그냥 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섯 개라면 문제가 다르다.
이런 안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항공사(Biman Bangladesh airlines)는 화장실 변기수리에 들어갔는데, 마치기까지 자그마치 2시간이나 걸려 버렸다. 수리를 해 보니 5개 화장실 변기에서 병, 종이컵 등이 발견되었다. 이전 승객들이 변기에 엉뚱한 오물을 버렸던 것이다.
이제 수리를 마치고 출발하려나 했더니 이번엔 목적지인 런던이 문제가 되었다.
2시간 지연해 항공기가 출발하면 런던에는 야간 비행 금지시간대에 들어가게 되어버린 것이다.
일명 커퓨(Curfew) 라는 것인데, 24시간 운영되는 공항도 있지만, 도심 주변 등에 있는 공항들은 소음 등 환경 문제로 일정 시간대 특히 야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하는 것이다.
결국 이 비행편은 런던공항 비행금지 시간대를 넘겨 도착하느라 10시간 넘게 지연되었다.
이번 사례처럼 항공기 화장실이 다수가 동시에 작동 불능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 두개 작동되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다. 화장실이 뭐 그리 대단한 문제겠느냐 싶겠지만, 장거리 비행편에서는 결코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니다. 좁은 항공기 안에서 인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으면 먼거리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복잡한 식사 후에는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더욱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고장난 화장실을 그냥 둔채 운항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수리하고 나서야 출발한다. 물론 한두 시간 이내의 짧은 비행이라면 이용하지 못하도록 닫아놓고 비행할 수도 있기는 하다.
여기서 알아보는 항공기 화장실에 관한 궁금증 몇 가지..
- 일반적으로 여객기 화장실은 좌석 35-40석 당 한 개 정도다.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 승객용으로는 더 많이 증설하기도 한다. 10명 당 한 개 정도..?
- 항공기에 화장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 말 근대 여객기인 DC-4 다. 그 이전까지는 변기통을 항공기 한 쪽에 싣고 다녔다. 하지만 오물처리는 도착 후 변기를 들어내 처리했다고..
지금과 같은 수세식 (?) 방식은 1945년 등장한 장거리 여객기인 DC-6B에 처음 적용되었다. 항공기에 오물 탱크를 장착해 오물 처리는 공항에 도착 후 정화 트럭이 와 청소하는 방식이 되었다.
- 화장실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은 항공기 비행 중에 외부로 배출된다. 미세한 입자 형태로 분사되기 때문에 지상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변기 오물은 오물 탱크로 모았다가 지상에서 처리한다.
- 변기 오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대부분 공기 흡입식이다. 물론 수세식인 항공기도 있지만 최근 항공기들은 대부분 공기 흡입식을 이용한다. 항공기 내외의 압력 차이를 이용해 공기를 통해 순간적으로 빨아들여 오물 탱크로 보내는 방식으로, 변기 물 내리면 '쒜엑~~' 하는 소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간혹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담배 꽁초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연기 감지장치와 소화 장치가 쓰레기 버리는 통 인근에 있다. 담배는 피우지 말자. 자칫하면 화재로 큰 일 날 수도 있다.
- 지금 대부분 항공기 화장실에는 창문이 없다. 화장실이 대부분 기내 중앙에 위치했기 때문인데, A380 기종부터는 기내 바깥 쪽에 만들어 화장실에도 창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머지않아 항공기 화장실 이용할 때 돈을 내야할 지도 모른다. 항공기 화장실 소식 중 가장 슬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항공소식] 라이언 에어, 화장실 유료화 준비 2009/03/07)
화장실 변기에 이물질 버리지 말자. 항공기 화장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변기 막혀서 10시간 기다려야 했을 승객들 입장에서는 평생에 두 번 다시 겪고싶지 않을 어처구니 일이었을 듯.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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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YONG PAPA 2009.09.04 15:50 어...이런 경우도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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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09.09.10 05:27 신고 별난 사건도 많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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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탱이 2009.09.04 19:29 항공기 화장실도 막히네요.ㅎㅎ 왜 거기서까지 이물질을 화장실에..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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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09.09.10 05:38 신고 아무래도 누군가가 해꼬지 한거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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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D 2009.09.04 23:05 애기들을 보면 구멍(?)에 뭔가를 자꾸 집어넣는 본능이 있던데
어른들도 만만치 않은가 봅니다 :-) -
마래바 2009.09.10 05:39 신고 인간의 본능인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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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띵 2009.09.04 23:20 정말 재밌는 내용이었습니다. 화장실이 막혀서 비행지연이라니...
전 한국과 일본 왔다갔다 하는 그 2시간 정도도 꼭 한번씩 가는데
화장실 폐쇄하면 난감하죠. ㅋ 그노무 맥주때문에.. ㅋㅋ
그 흡입 소리를 들으면서 항상 생각하는건데요. 뭔가 기분 나쁜 소리더라구요.
그렇게 많이 들었어도 말이죠. ㅋ -
마래바 2009.09.10 05:52 신고 저도 그 쉐엑 소리는 듣기 거북합니다. 항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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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가디스 2009.09.05 05:52 항공기 화장실은 압력이 워낙 세서 안막힐거 같은데 뭘 넣은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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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09.09.10 05:52 신고 종이 컵도 나왔다니 이런 거는 막히는 모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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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 2009.09.05 10:57 무개념 승객들 제일 짜증나겠네요.
도대체 혼자서 쓰는 곳도 아니고, 다 같이 쓰는 곳인데..
자기것도 아닌걸... 거기다 왜 쓰레기를 집어넣을까요 ㅡㅡ;;
그사람들 심리가 엄청 궁금하네요.
승객들도 짜증났겠지만, 조종사도 엄청 열받았을듯;;; -
마래바 2009.09.10 05:57 신고 짜증스럽다기 보다는 어이 없었을 듯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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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 2009.09.05 22:39 화장실이 막혔으면 그냥 낙하산에 매달고 비행기 밖에서 해결했다가 들어오라고 하면 되지 뭘 운항 지체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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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09.09.10 05:58 신고 머지않아 그런 시절이 올 수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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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s+ 2009.09.05 23:17 항공기 화장실에 창문이 없던게 창측에 있지 않아서였나요? ㅎㅎ
철도 같은 경우엔 옛날 열차들은 화장실에도 창문이 있었던 거 같은데, KTX에만 없었나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새마을, 무궁화를 안타본지 너무 오래된지라...; KTX만 많이 타서 그런지..
그나저나 아시아나 같은 경우엔 A330에 화장실에 창문을 만들었다는데.. 음 물론 대부분이라는 단어를 쓰셨으니 잘은 모르겠지만요,,~ -
마래바 2009.09.10 05:59 신고 창측에는 화장실 설치가 쉽지는 않습니다.
항공기 동체가 원통형으로 되어있다 보니 장소가 비좁거든요.. ㅎㅎ -
구름 2009.09.06 13:37 얼마전에 여객기내에서 두루마리 화장지 한 통을 쭈욱 펴 놓고 한쪽 끝을 변기에
넣은 다음에 물을 내리니까 순식간에 다 빨아들이는 동영상을 봤는데...
그렇게 흡입력이 강한 화장실도 막힐 때가 있군요. ^^ -
마래바 2009.09.10 08:31 신고 제 블로그에서 처음 소개한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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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ain 2009.09.07 14:08 원래 대체 항공기가 있지 않나요?
특히 자국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그럴경우는 대체항공기가
있을것 같은데 그것이 항공사 입장에서는 더욱 싸게 먹혔을듯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10시간이면 탑승자들에게 호텔이나 그런것을 제공했을듯 한데 -
마래바 2009.09.10 08:34 신고 당연히 대체 항공기 있었을 겁니다.
다만 화장실 수리가 얼마나 걸릴 지 예상하지 못했을 거구요.
만약 2시간 걸릴 줄 알았다면 다른 비행기로 대체했겠죠?
하지만 그것도 문제입니다.
승객 내리고, 짐들 죄다 내리고 다시 타고, 싣는 데 2시간은 족히 걸린다는거죠..
매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
송지하 2009.09.08 18:12 항공사에 항의할수도없고..
슬픈 사고군요 ㅠ -
마래바 2009.09.10 08:34 신고 그래도 항공사에 엄청 항의했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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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cy 2009.12.06 15:19 우연히 검색해서 들어왔는데 재밌는 글을 보았습니다.
좋은 정보네요. -
마래바 2009.12.08 00:31 신고 감사합니다.
예전에 포스팅 했던 것인데,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항공사가 또 있더군요.. ㅎㅎ -
폭발하는 화장실 [라하임] 2010.02.23 13:57 Patrick Smith라는 기장이 쓴 "Ask the Pilot"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한국에 번역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야간에 화물기를 몰다가 실수로 변기에 버린 얼음이 알고 보니 드라이 아이스여서 망망대해를 건너 착륙지 전까지 화장실이 폭발하는 것을 막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과의 사투를 벌인 황당한 얘기입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퍼런 물과 건더기가 화물칸 전역으로 흘러넘치는...식사 중이면 죄송..)
본사 maintenance에도 구조를 요청했지만 바보 취급만 당하고 폭발하지는 않을 거라는 도움안되는 말만 듣고, 열어 놓은 주파수의 같은 망을 쓰는 이웃 항공기 기장들에게 *망신+바보취급만 당했다는 내용입니다...
- Not all mistakes are fatal. Some are worse. -
마래바 2010.02.23 16:31 신고 드라이아이스를 변기에 ... 음..
승객들에게만 주의사항 가르쳐 줄게 아니라, 승무원들에게도 필요한 모양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