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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화장실 막혀 10시간이나 지연된 사연

마래바 2009. 9. 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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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화장실 세면대가 종종 막힌다.

큰 아이가 세면대에서 빗은 머리카락 때문에 막히기도 하고, 작은 놈이 휴지 등을 풀어 장난쳐 막히기도 한다.  막힌 세면대를 뚫기 위해 펌프질 하다보면 그 안에서 별 희한 것들이 다 나온다.  조그만 장난감은 물론 이쑤시개, 심지어 반지까지....

아이들보고 세면대에서 장난치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데도 그때 뿐이다. ^^;;

근데 이런 장난은 아이들만 하는 게 아니다.  또 아이들만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게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항공기 화장실은 그 구조가 특이해서 그냥 물을 흘려 세척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흡입력으로 세척한다.  기내 화장실 물 내릴 때 '쒜엑~~' 하는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당연히 화장실 변기에는 이물질을 넣으면 안된다.  그런데 이 항공기 화장실 변기는 막히면 어떻게 될까?  아니, 워낙 좋은 시스템이어서 어지간하면 막히지 않도록 되어 있을까?

10시간 지연됐다.  항공기가...

화장실 변기가 막혀 항공편이 지연된 일이 실제 방글라데시 한 항공사에서 발생했다.

다카를 출발해 런던으로 향하려던 항공편 기내 화장실 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막혀버렸던 것.  화장실 하나가 문제가 아니었다. 5개 씩이나 작동하지 않았다.  하나 정도라면 화장실 폐쇄하고 그냥 비행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섯 개라면 문제가 다르다.

이런 안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안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비행을 하는 항공기에서 화장실이 작동하지 않으면 큰 일이다.  중간에 세우고 볼일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땐 작은 아이가 차만 타면 오줌 마렵다고 해, 주변 적당한 곳을 찾는라 정신없었던 기억을 새롭게 한다. ㅎㅎ)

결국 항공사(Biman Bangladesh airlines)는 화장실 변기수리에 들어갔는데, 마치기까지 자그마치 2시간이나 걸려 버렸다.  수리를 해 보니 5개 화장실 변기에서 병, 종이컵 등이 발견되었다.  이전 승객들이 변기에 엉뚱한 오물을 버렸던 것이다.

이제 수리를 마치고 출발하려나 했더니 이번엔 목적지인 런던이 문제가 되었다.

2시간 지연해 항공기가 출발하면 런던에는 야간 비행 금지시간대에 들어가게 되어버린 것이다.

일명 커퓨(Curfew) 라는 것인데, 24시간 운영되는 공항도 있지만, 도심 주변 등에 있는 공항들은 소음 등 환경 문제로 일정 시간대 특히 야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을 금지하는 것이다.

결국 이 비행편은 런던공항 비행금지 시간대를 넘겨 도착하느라 10시간 넘게 지연되었다.

이번 사례처럼 항공기 화장실이 다수가 동시에 작동 불능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한 두개 작동되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다.  화장실이 뭐 그리 대단한 문제겠느냐 싶겠지만, 장거리 비행편에서는 결코 만만히 볼 문제가 아니다.  좁은 항공기 안에서 인근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으면 먼거리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복잡한 식사 후에는 몰리는 사람들 때문에 더욱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고장난 화장실을 그냥 둔채 운항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수리하고 나서야 출발한다.  물론 한두 시간 이내의 짧은 비행이라면 이용하지 못하도록 닫아놓고 비행할 수도 있기는 하다.


여기서 알아보는 항공기 화장실에 관한 궁금증 몇 가지..

  • 일반적으로 여객기 화장실은 좌석 35-40석 당 한 개 정도다.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 승객용으로는 더 많이 증설하기도 한다.  10명 당 한 개 정도..?

  • 항공기에 화장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0년대 말 근대 여객기인 DC-4 다.  그 이전까지는 변기통을 항공기 한 쪽에 싣고 다녔다.  하지만 오물처리는 도착 후 변기를 들어내 처리했다고..

  • 지금과 같은 수세식 (?) 방식은 1945년 등장한 장거리 여객기인 DC-6B에 처음 적용되었다.  항공기에 오물 탱크를 장착해 오물 처리는 공항에 도착 후 정화 트럭이 와 청소하는 방식이 되었다.

  • 화장실 세면대에서 사용한 물은 항공기 비행 중에 외부로 배출된다.  미세한 입자 형태로 분사되기 때문에 지상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변기 오물은 오물 탱크로 모았다가 지상에서 처리한다.

  • 변기 오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대부분 공기 흡입식이다.  물론 수세식인 항공기도 있지만 최근 항공기들은 대부분 공기 흡입식을 이용한다.  항공기 내외의 압력 차이를 이용해 공기를 통해 순간적으로 빨아들여 오물 탱크로 보내는 방식으로, 변기 물 내리면 '쒜엑~~' 하는 소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간혹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담배 꽁초로 인한 것이다.  그래서 연기 감지장치와 소화 장치가 쓰레기 버리는 통 인근에 있다.  담배는 피우지 말자. 자칫하면 화재로 큰 일 날 수도 있다.

  • 지금 대부분 항공기 화장실에는 창문이 없다.  화장실이 대부분 기내 중앙에 위치했기 때문인데, A380 기종부터는 기내 바깥 쪽에 만들어 화장실에도 창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 머지않아 항공기 화장실 이용할 때 돈을 내야할 지도 모른다.  항공기 화장실 소식 중 가장 슬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항공소식] 라이언 에어, 화장실 유료화 준비 2009/03/07)


화장실 변기에 이물질 버리지 말자.  항공기 화장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변기 막혀서 10시간 기다려야 했을 승객들 입장에서는 평생에 두 번 다시 겪고싶지 않을 어처구니 일이었을 듯.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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