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경기 불황? 해외 불법반입 물품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본문
사회에 막 나와 회사에서 첫 출장 갔을 때 일이다.
사실 그 때만 해도.. 88올림픽 몇 해 후였던 지라,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지는 않았던 시절이다. 첫 출장을 해외 연수차 다녀오는 것이었던지라 마음은 더욱 설레기만 했다.
해외라고는 처음 접하는 것이었기에 볼 것, 경험할 것에 대해 기대감이 가득했다. 보는 것마다 신기했고, 접하는 것마다 궁금했다. 그렇게 약 1주일 기간이 지나고 귀국하게 될 무렵 걱정스러운 것이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았다. 그건 다름아닌 지인들에게 돌릴 선물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가족에게는 물론 직장 상사에게 무얼 선물해야 할 지 이만 저만 고민되는 게 아니다. 술을 한병 사가지고 가? 그럼 다른 사람은? 이런 고민하다보면 사가지고 귀국해야 할 물건이 머리 속에는 정말 산만큼 가득했던 것 같았다.
화려한 물건들로 유혹하는 면세점
그떄 문득 떠 오른 것이 돈도 돈이지만, 그 많은 것들을 사서 귀국할 수나 있겠나 싶었다. 일정 금액 이상인 경우에는 세금까지 물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내 형편에 맞게 적당히 준비하기는 했지만, 그떄 고민했던 것 생각하면 지금도 쓴웃음만 나온다.
요즘이야 가족에게 간단한 기념품 정도만 되도 괜찮을 정도로 해외여행이 일반적인게 되었기에 말이다.
해외에서 구입한 물건은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그에 맞는 세금을 매겨지게 된다. 이런 세금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인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다.
요즘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에서 우리나라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심지어 올해 경제 전망치가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분위기도 여유있는(?) 사람들에게는 남의 얘기인듯 싶다.
올해 인천공항을 통한 해외 여행객은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공항 세관에 유치되는 물품은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불경기임에도 압수되거나 압류된 물품에는 의약품이나 고가 핸드백, 시계 등이 많았다고 한다.
인천공항 세관은 올 3/4분기 인천공항 해외 여행객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3% 감소한 629만 명이었으나, 이들로부터 압수, 압류된 물품 건수는 2만 1080건으로 지난 해 1만 2105건 대비해 74%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압류된 품목별로는 의약품류(4525건, 83% 증가), 주류(3881건, 141% 증가), 핸드백(3590건, 25% 증가), 담배(2194건, 35% 증가), 고급시계(734건, 0%), 화장품(389건, 10% 증가), 카메라(128건, 56% 증가) 등의 순으로 거의 모든 품목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압류된 물품이란 면세범위를 초과했음에도 세금을 지불하지 않았거나, 아예 법적으로 반입이 금지되어 압수된 물건을 말한다. 주류나 고가 핸드백 종류는 기준을 초과해 너무 비싼 것이기 때문에, 의약품 등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기에 압류되는 것이다.다른 말로 말하면 지난 해에 비해 규정을 초과해 물건을 들여오는 사람들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얘기다.
사회가 자유로워지고 선진화 되면서 우리나라 세관도 '무조건 검색'에서 '자율 신고' 방향으로 심사를 간소화하고 있다. 해외에서 구입한 물품이 고가라고 생각되면 신고하고 세금을 부과받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 세금 아깝다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반입하지 말아야 할 물건을 가지고 들어오는 사람들 또한 많은 건 물론이고 ...
현재 우리나라 입국 시의 면세 범위는 1인당 미화 400달러다.
물론 외국에서 구입한 물건 총액이 400달러면 그리 크지 않은 금액임에는 틀림없다. 몇가지 물건 사다보면 쉽게 초과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이 현행 기준을 소홀히 생각하다가 불필요하게 세금을 물어야 하거나 압류 당할 수도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한편 면세 범위 1인당 400달러는 너무 작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가가 오르고 씀씀이가 커진만큼 면세 범위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여건 상 어렵다 할지라도 정부도 이런 면세 기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검토해 보아야 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여행객 불법 반입 면세품 건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 활황기에 접어든 것 같은 착각마저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