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기내식 공장에 불났어요. 어떻게 해요? 본문
항공 여행 즐거움 중 하나가 기내식이다.
지상에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비록 미리 만들어진 음식이지만 그래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물론 움직임이 적은 기내 공간에서 과식은 금물이지만 말이다.
며칠 전 런던 히드로(Heathrow) 공항에서 각 항공사로 기내식을 공급해 주는 기내식 공장 주변에 불이 났다. 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압되었지만, 연기, 냄새 등으로 인해 기내식 공장 안에 있던 자재는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막상 이런 일이 닥치면 해당 공항에서는 승객들은 물론 직원들도 난감해진다. 물론 불이라고 하니 승객들 대부분이 이해를 한다 하더라도, 항공사 입장에서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 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든 승객들을 굶길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비록 기내식 공장에 불이 나 기내식 공급이 불가능하더라도 라면이나, 햇반 등 비상(?) 기내식이라도 탑재해 운항해야 한다. 한 두시간 비행이라면 기내식을 생략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해당 공항 기내식 공장 정상 가동이 늦어지면 어떻게 될까? 계속 비상(?) 기내식을 이용할 수는 없다. 갑작스런 경우를 제외하면 항공사는 어떻게 하든 정상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약 해당 공항 기내식 공급이 불가하다면 서울서부터 실어갈 수 밖에 없다. 무슨 얘기냐 하면 서울에서 출발할 때 서울-런던 구간 음식은 물론 돌아오는 런던-서울 구간에 필요한 음식까지 함께 탑재해 간다는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조리된 음식, 예를 들어 치킨 요리나 고기 음식 등 미리 제조된 음식은 돌아오는 항공편에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일반석 음식은 대부분 이런 경우이므로 큰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Fresh Meal 이다. 야채 등 조리된 후 바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음식들은 현지에서 신선한 것으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음식은 출발지 공항에서 신속하게 제조 탑재해야..
이렇게 기내식 공장이 불이나 제대로 된 음식을 항공기에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 가장 서비스에 차질을 받는 대상은 바로 퍼스트나 비즈니스 클래스 등 상위 클래스 승객들이다. 이들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음식들 중 상당수가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일반석에 비해 몇 배나 비싼 요금을 내고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그 만큼 기대수준이 높을 수 밖에 없다. 크고 넓은 좌석 만큼이나 기내식에 대한 기대도 크기 마련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이런 신선한 재료로 만든 기내식은 포기하고 하위 클래스 음식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기내식 공장 화재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며칠 간은 제대로 된 기내식 서비스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하나의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여러 곳의 다양한 작업과 준비가 톱니바퀴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물려 돌아가야 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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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우스 2010.07.12 11:49 깊이 생각해볼 주제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찾아 뵙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마래바 2010.07.13 08:25 신고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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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 2010.07.12 12:11 비빔밥 나왔을때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포기하고 대한항공을 탔던 기억이..
처음에는 두개달라고 해도 주더니 외국인들도 많이 찾으니 정량밖에는 안 주더군요.
한국인이라 아직도 기내식은 국적비행기가 맛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
마래바 2010.07.13 08:27 신고 확실히 움직임 적은 기내 공간에서 기름기 있는 음식은 소화에도 부담스럽더군요.
비빔밥이 양도 적당하고 부담스럽지 않아 좋습니다. -
바람처럼~ 2010.07.12 12:27 불나면 큰일 나겠어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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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13 08:27 신고 어디나 마찬가지겠지요.. 불이라는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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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의추억 2010.07.12 12:48 완전 난감한 상황이로군요.. 그런제 주제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에다
항공에 관심있는 분들에겐 볼거리가 참 많은거 같습니다 ^^; 이게 웃어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요~ 잘 보고 갑니다 ㅎㅎ -
마래바 2010.07.13 08:28 신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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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nce 2010.07.12 16:09 저 같이 비행기 몇번 탈 기회 없는 사람들은 기내식 먹는 시간이 참 기다려지는데, 기내식에 문제가 생긴다면 속상하겠는걸요. ^^;
얼마전 세부 퍼시픽 이용해서 필리핀을 다녀왔는데 기내식이 없어서 어찌나 서운하던지 ㅎㅎ -
마래바 2010.07.13 08:28 신고 세부 퍼시픽.. 저비용항공 등에서는 기내식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항공권 값 저렴하잖습니까? ^^ -
구차니 2010.07.12 16:24 하.지.만 라면을 왕창 준다면?!?! ㅋㅋㅋ
간식으로 라면을 주는게 아니라 식사로 한 두개씩 주면 조금 누그러 들려나요?
(그러고 보니 단체로 라면 후루룩 하는걸 상상하니 매우 웃기네요) -
마래바 2010.07.13 08:29 신고 그쵸? 수많은 사람들이 라면 후루룩 거리는 모습이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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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2010.07.13 03:13 아, 기내식 중요하죠.
간식으로 주는 라면도 뒤로 와서 다 떨어지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
아 마래바님, 다음 달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울로 가는데, 북한 통한 항로가 막혔다고 들었거든요. 언제부터 그런거죠? 3년 전만 해도 그 지도(뭐라고 용어 말씀해주셨었는데...) 보면 북한을 살짝 통하던게 저번에도 아니었고, 얼마전부터는 아예 금지되었다는 뉴스를 들은 것 같아서요.
이게 언제부터 막힌거고, 몇 분이나 손해인지 좀 알려주세요! ^^
좋은 하루 되세요!
(매일 댓글은 달지 않지만 글 올라오는 것마다 즐겁게 읽고 갑니다!) -
마래바 2010.07.13 08:31 신고 북한 영공 막힌 것은 얼마 전 그러니까 두달 가까이 되는군요. 천안함 사건 경과 발표이후 북한 영공통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험하니까요.
그리고 유럽행 항공편들은 북한 영공통과하고 상관없습니다.
주로 미국 중서부에서 오는 항공기에 영향을 주죠.. 길면 30분 정도 비행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 -
도꾸리 2010.07.13 07:40 상위 클래스에 영향이 크군요~~
원래 8월에 제주도 갈려고 했는데...
일본 관광청 초청 투어가 생겨 못갈 것 같아요~~
도쿄,제주도, 대한항공 스케줄이 환상이더군요~~
다음에 꼭 갑니다~~
대한항공~~
아자아자~~ -
마래바 2010.07.13 08:32 신고 일본 관광청 초청 투어라... 왠지 좋아 보이는데요?
부럽.. -
NYerYS 2010.07.18 13:02 포스팅을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군요.
자정에 야식?
구차니님 댓글 보고 라면으로 결정했습니다 ㅎㅎㅎ -
마래바 2010.07.19 13:55 신고 한밤에 먹는 라면... 맛있죠..
근데 라면은 언제 어디서나 땡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 -
젤가디스 2010.07.19 10:34 제가 이번 주말에 영화 인셉션 봤는데 상위 클래스 비행기 타는게 나왔네요. ^^ 의자도 널찍널찍하고 좋아보였습니다. 기내식 서비스가 힘들경우 할인을 해준다거나 하는 조치가 있겠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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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19 14:00 신고 약속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뭔가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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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주의 항공세계 2010.08.01 06:48 flyertalk.com에서 유사 사례를 봤습니다.
승객에게 기내에서 먹을 음식을 챙겨오라고 메세지를 보낸 경우도 있었고(12시간 비행),
면세구역에서 식사하거나 음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쿠폰을 준 경우가 있었네요... -
마래바 2010.08.02 13:49 신고 뭐 짧은 비행구간이라면 미리 밥 먹고 타도록 밀(Meal) 쿠폰을 주기도 합니다만, 장거리 비행에선... 힘들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