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취소수수료 비싸다고 저비용항공 비난하지 마라 본문
어제 오늘 인터넷 기사를 보니, 한국 소비자원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저비용항공의 불합리한 면을 지적하는 듯한 기사가 여럿 눈에 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저비용항공사들, 취소 수수료 너무 비싸게 받는다" 는 것.
물론 항공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돕기 위해 낭패 당하기 쉬운 점을 미리 알려주는 차원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언론 기사들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불합리하게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느끼게 한다.
한국 소비자원에서는 저비용항공사에 따라 취소수수료가 천차만별이며, 외국 항공사의 경우 심하면 취소수수료를 15만원 가까이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는 기사다.
[기사 검색] 저가항공, 취소수수료 너무 비싸
그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저비용항공사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왜 저비용항공사들은 취소수수료를, 그것도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다하게 책정하고 있을까?
저비용항공의 특징은 뭘까?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항공권 가격이 저렴하다는 데 있다. 기존 항공사에 비해 적게는 몇 십 퍼센트, 많게는 불과 몇 분의 일 가격으로 같은 노선의 항공권을 판매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가격은 항공사가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항공권 가격이다.
그러면 어떻게 가능한가?
기본적으로는 항공사 내부적인 시스템을 대폭 간소화하고 서비스도 최소화함으로써 투입되는 비용을 줄인다. 이렇게 비용을 줄이면 항공권 가격도 자연스럽게 저렴해진다. 그래서 엄밀하게는 저가항공(Low Fare Carrier)라 하지 않고 저비용항공(Low Cost Carrier)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우리를 놀라게 하는 파격적으로 값싼 항공권 가격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항공사 내부 시스템 간소화, 최적화와 더불어 필요한 것이 바로 '추가'라고 불릴만한 모든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것이다. 기내식은 물론이거니와,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비상구 좌석에 추가 요금을 받는 등 좌석에 따른 가격 차등, 기내 담요 유료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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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에 결정적인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수수료다.
무료 수하물을 없애고 모든 위탁 수하물에 요금을 부과하거나 심지어는 기내에 들고 들어가는 가방에도 요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비용항공편은 최초 예약된 항공편을 변경없이 그대로 이용하도록 강요한다. 만약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하려면 적지않은 수수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취소수수료(Cancel charge)도 마찬가지다.
예약했던 항공편을 취소하면 앞서 언급했던 기사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많게는 15만원 가까이 되는 수수료를 떼고 나머지 금액만 돌려받게 된다. 아니 유럽 등 외국 저비용항공의 경우에는 아예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도 먼저 먹는다고 했다. 여타 경제 활동과 마찬가지로 항공여행 또한 발품, 손품을 많이 팔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길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 값싼 항공권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이다.
저비용항공, 저렴한 항공권에도 그 만한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남들이 싸다고 해서 앞뒤 안가리고 무턱대고 항공권 구입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여행 패턴 혹은 계획과 일치하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저비용항공사는 그런 취소수수료 등 각종 부가 수익원을 먹고 산다. 유료 서비스를 먹고 산다. 그런 추가 수익 구조 없이는 절대 값싼 항공권이 등장할 수 없다.
그러므로 취소수수료 비싸다고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저비용항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 적고 많음의 차이만 있을 뿐 이익을 내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값싼 항공권을 내기 위한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구입한 물건은 어지간한 조건에서 환불, 교환이 가능하지만, 시장 노점상에서 구입한 물건에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기대해서는 안되는 이유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