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무거운 항공 수하물, 허리를 도와주세요 ^^;; 본문
오늘도 새로운 하루다.
오늘은 또 어떤 손님들이 나를 힘들게 할까? 히히 ^^
승객 한 분, 한 분 원하는 좌석을 제공하고 부칠 짐들을 목적지 확인해서 태그(수하물 표)를 잘 붙혀 벨트로 내려 보낸다. 별의 별 짐들이 다 있다. 라면도 있고, 이민 가방처럼 큰 가방도 있고, 해외 공장에서 사용할 부품도 수하물로 부쳐진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서 수속밟는 사람들의 마음은 얼마나 흥분되고 기대감에 넘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순간 눈 앞에 다가선 점잖게 생긴 신사분.
반갑게 (웃는 얼굴로) 대하고 여권과 항공권을 받아들고 좌석을 배정한다. 비상구 좌석을 원하신다. 다행이 좌석이 비어있고, 손님도 신체 건강한 분이라 마음놓고 드릴 수 있겠다.
"○○○ 손님, 이 좌석은 비상구 좌석이어서 비상 시에는 승무원을 도와 다른 승객들의 탈출을 도와 주셔야 합니다. 이점 동의하시겠습니까?"
부치는 가방이 있는 지 여쭙고 가방을 벨트 위에 올려놔 주십사 부탁 드린다.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운터 저울에 나타난 숫자...
'42kg'
32kg 도 아니고 42kg 이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오늘도 역시나 손님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모양이다. 오늘은 조용히 넘어가나 했더니..
"저.... 고객님, 부치시는 가방이 너무 무겁습니다. 조금 무게를 줄여 주시겠습니까?"
"짐 값 낼께요"
"아니..요.. 저.. 그게.. 짐 값 내시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방 하나가 너무 무거운데요"
"에이~~ 이게 뭐가 무거워요. 벨트 위에 올려 놓으면 알아서 가는데.. 그러지 말고 부쳐줘요."
점잖게 부탁하는 이 신사분의 청을 들어주자니 규정상 문제가 되고, 그러지 않자니 다시 설명해야 한다.
"죄송하지만, 비록 부치는 가방이더라도 사람이 직접 항공기에 싣습니다. 이런 무게의 가방 한 두개 운송하는 것이야 괜찮겠지만,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옮겨 싣는 직원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허리 다칠 수도 있거든요."
"아니 이렇게 벨트로 운반하는 거지, 사람이 직접 운반한다구요?"
"네, 그렇습니다. 이곳 카운터에서 수하물 분류장까지는 이 벨트로 운송하지만, 마지막으로 컨테이너나 항공기에 옮겨싣는 작업은 사람이 하거든요."
손님의 얼굴을 보아하니 어느 정도 수긍하겠지만, 짐 줄이기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지만 어쩌랴. 짐(Baggage)이 너무 무거우면 안되는 것을..
특히나 다른 항공사로 연결되는 짐들은 절대 무거우면 안된다. 짐을 넘겨받는 항공사 수하물 조업원들이 짐이 무거우면 거칠게 다루는 등 합부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서지기도 쉽고, 짐 내용물이 없어지기도 한다.
수하물은 결국 사람의 힘으로 실어 나른다.
그래서 전 세계 항공협의기구인 IATA 에서도 항공 수하물 무게를 32k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32kg 이지? 30kg 도 아니고 말이지.
이는 항공업무 표준이 만들어지는 문화적 배경과 시점이 서구였기 때문이다. 그네들의 무게 기준은 바로 파운드였던 것.. 사람이 적당히 운반할 수 있는 무게는 70파운드로 정했는데, 이게 32kg 인 것이다. (항공업무 내부적으로도 파운드라는 단위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무료 수하물 무게를 23kg 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무게 또한 50파운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다행이 오늘 이 손님은 말이 통하는 분이다. 비록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규정이 그렇고, 사정을 듣고나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가지고 있던 다른 휴대용 가방으로 무게를 조금 옮기니 가방 무게가 26kg 내외로 줄어들었다. 가방 한개 무게는 32kg 미만이지만, 무료 무게인 20kg 이상이니 초과 요금이 나오는 걸 아는 이 손님, 짐값이 얼마냐고 물어보시는데, 짐값 지불해야 한다고 말은 더 못하겠다. 누구 보는 사람 없겠지? ^^;;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신사분의 뒷모습을 보며 오늘도 멀쩡한 허리 하나 구했다는 자부심(?)에 흐뭇해하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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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엠피터 2010.07.20 09:31 나중에 저도 공항에가면 잘 부탁드립니다..꾸벅..ㅎㅎㅎ
외국을 다니면 다닐수록 짐이 적어지는 저에게는
돈을 주고 짐을 부치는 비용이 젤 아까운것 같더군요. -
마래바 2010.07.21 16:40 신고 그렇죠. 짐 부치는데 따로 돈을 내야 한다는 게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죠..
추가 요금을 내야하는 상황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 -
모피우스 2010.07.20 10:03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역시 최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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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21 16:40 신고 윽.. 과찬이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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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erYS 2010.07.20 13:02 저도 여러군데서 일해봐서 갖가지 손님들 다 봅니다.
한번은 비디오가게 일할때 2008년엔가 중국에서 개봉하고 올해에 한국에서 개봉한 "쿵푸허슬 무적의 파이터" 라는 dvd를 한 손님이 빌려가셨는데
"왜 DVD케이스와 다른 내용물을 대여하느냐" 는 컴플레인을 받았습니다. 그에 최초 개봉년과 한국 개봉년의 괴리에 따른 손님의 오해라고 진실로 한 스무번정도(저도 사회 초년생에 나름 오기가 있어서 ㅎㅎ ^^;;; ) 얘기 해도 제 얘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구요 ㅜㅜ
나중에는 케이스에 "주성치가 나오지 않는다고 써있지 않았는데 왜 주성치가 안나오느냐" 며 따지시는데 그냥 다른 영화 한편 줘서 돌려 보냈습니다. 학교같았으면 주먹이 앞섰겠지만(?) 그럴땐 '사회란 이런곳이구나' 하고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ㅠㅠ -
마래바 2010.07.21 16:42 신고 역지사지... 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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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버스 2010.07.20 13:28 돈을 내도 이용할 수 있는 가방 무게가 70파운드인 건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엔 한 가방에 무거운 것만 담아 30kg 넘어가는 일 많았는데...
요즘엔 미리 머리를 쓰고 있습니다.ㅎㅎ -
마래바 2010.07.21 16:44 신고 30kg 조금 더 넘는 정도야 괜찮습니다.
본문처럼 40kg 가 넘는 거는 너무 무거워서요. ^^
특히 다른 항공편을 연결해서 가는 경우에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 -
DraftBeer 2010.07.20 13:38 가방이 무게 초과하면 운임만 더 내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군요. 사실 규정무게인 32킬로그램 넘어가면 아무리 바퀴달렸다고 해도 여자인 저로서는 혼자 공항까지 갖고오고 또 도착지에서 갖고 다니고 하는 것부터가 무립니다. 옷이나 이불로는 왠만해선 이민가방 가득 꾸려도 32킬로 넘기가 어렵지만, 책이 들어가면 무게 초과는 순식간이죠 ㄷㄷ 국내 택배취급하는 분들도 책으로만 한 박스 채워오면 남의 허리 아작낼 일 있냐며 두 박스로 하라고들 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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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21 16:45 신고 그렇습니다. 책 같은 경우가 무게를 초과시키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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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차니 2010.07.20 16:18 헙 전 그냥 컨테이너에 대충 우르르르르 던져져서 기계로 휭~ 들어서 비행기에 던지는 줄 알았는데 (하도 파손이 심해서) 사람이 하는거였군요!
음.. 그럼 왜 파손이 잦을까요 -ㅁ-? -
마래바 2010.07.21 16:47 신고 그러면 안되지만, 아래 동영상 같은 경우 때문입니다.
이럼 안되는데 말이죠..
http://www.airtravelinfo.kr/xe/2008 -
fob 2010.07.21 08:03 근데 궁금한게 보통 기내수하물도 무게제한이 있지 않나요? 15키로인가 15파운드인가 이하로 알고 있는데... 42키로에서 26키로로 낮추었다면 16키로 낮춘건데 괜찮나요?
내일 출국이고, 가져가라고 친지분들이 준 여러 짐들은 많고... 고민중이네요.ㅋㅋ -
마래바 2010.07.21 16:48 신고 대부분 항공사들이 기내 휴대수하물은 10kg 정도로 제한하고 있지만, 무게를 재는 곳은 거의 없죠. ^^
가방 사이즈가 크지만 않으면 그리 문제삼지는 않습니다. 아니 못하죠 ㅎㅎ -
마래바 2010.07.21 16:49 신고 이젠 찾아다니면서 설명하고 애원하기도 힘들어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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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사랑 2010.07.21 11:23 ㅎㅎ 이런 사연도 있군요. 저도 그냥 추가 운임을 내거나 무료 추가 수하물 처리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이런 부분이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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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21 16:49 신고 그냥 그렇다는 거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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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군YB 2010.07.21 15:54 오늘ㅇ느 마래바님의 고충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네요. ㅎㅎ
정말 32Kg을 날르려면 무거운데 말이죠..
하지만 원칙을 지켜주신 것이 전 더 고맙답니다.
간혹 승객의 편의가 먼저라 생각하지만..
때론 원칙이 승객의 불편을 더해도 그 원칙으로 더 큰 업무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으니 말이죠. ㅎㅎ
암튼.. 저도 참고해야겠어요. -
마래바 2010.07.21 16:50 신고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융통성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우선하는 것은 기준이겠죠? ^^
감사합니다. -
어설프군YB 2010.07.24 22:00 네.. 마래바님 답에 동의해요.
암튼.. 멋진 모습 화이팅입니다. -
걷다보면 2010.07.22 03:34 아 수화물이 결국은 사람의 힘으로 하는것이었군요^^ 몰랐던 사실 잘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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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22 13:49 아마도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은 서비스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업장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대신해 적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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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하 2010.07.22 17:46 크으.. 알지못했던 이런 고충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도사니 2010.07.23 14:17 저도 얼마전에야 개당 32kg 이하라는걸 봤어요. 보통 무료수화물 20kg에만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지난달에 여친이 프라하 가는데 KAL이 코드쉐어로 모스크바까지 가고, 거기서 다시 체코항공으로 들어가는 여정인데...체크인할 때 칼 직원(남자였음)이 친절하게도 수화물이 23kg이라서 칼은 괜찮은데, 환승할 때 문제가 생겨 초과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알려주시더군요. 그냥 가라고 했어요. 걸리면 내라고..ㅋㅋ 다행이 별 일 없이 도착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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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다움 2010.07.24 13:47 오 최종적으로는 사람이 실어나르는군요...
저도 그냥 벨트로 쭉 따라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일하시는 분들 매일 무거운 짐 옮기시려면 힘드시겠네요...
다시한번 비행기 탑승시 규칙들을 잘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서로가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마래바 2010.07.27 12:02 신고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만큼 정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죠?
감사합니다. ^^ -
젤가디스 2010.07.26 13:43 저희 아버지도 예전에 창고에서 박스정리하는일을 하셔서 남일 같지가 않네요. 짐 옮기시는 분들 허리보호벨트라도 하고 일하셔야 할듯. 그런 장비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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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래바 2010.07.27 12:05 신고 허리를 다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상했던 것보다 무거운 짐을 들 때겠죠?
허리에 헉!!! 하고 무리가 오면 그땐....